은행에서 나무도 키운다!...하나은행 명동점 인테리어 공간
지근화 기자
woodeditor1@woodplanet.co.kr | 2023-03-15 22:06:57
꿈꿀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꿈꾸지 못하는 공간이 있으며, 꿈꿀 수 없는 공간이 있고 꿈꾸지 않는 공간이 있다. 이제까지 은행은 꿈꿀 필요가 없는 공간에 속했다. 은행이란 다 거기에서 거기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은행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다르다.
# Some places
연인으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가 한쪽 구석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고 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보건 말건 눈치를 주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긴 세상에 둘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모두 페이드아웃 됐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그 오른쪽에는 검은색 페도라를 눌러 쓴 중년 여인이 통화 중이다. 심각한 얘기를 하는지 옆자리 연인과는 표정이 정반대다.
그 오른쪽으로는 등산복 차림을 한 여성 두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 아니다. 가만 보니 이건 대화가 아니다. 보라색 점퍼를 입은 왼쪽 여성만 혼자 떠들어대고, 빨간색 점퍼를 입은 오른쪽 여성은 묵묵히 듣고만 있다. 보라색 점퍼 여성은 접신의 경지에 오른 듯 쉼 없이 말이 쏟아진다. 살짝 들어보니, 남편 자랑 자식 자랑이 한창이다. 분홍색 점퍼 여성은 터져 나오려는 하품을 간신히 참고 있는 것 같다. 저 앞쪽 둥근 의자에는 금발의 늘씬한 외국 여성이 관광안내 책자를 들여다보고 있다.
자, 이런 풍경이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다면 대체 그곳은 어떤 장소일까. 서울역 대합실? 아니면 동네에 있는 쌈지공원? 아니면 공항 라운지? 놀랍게도 그곳은 은행이다. 그것도 명동 한복판에 있는!
# Here, the place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하나은행 플래그십 스토어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다. 나뭇잎과 숲을 형상화한 백자 유닛과 첨단 LED가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내부에 들어서면 더욱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모던한 카페 같기도 하고,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숍 같기도 하며, 아트 작품을 진열해 놓은 전시장 같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숲에 들어선 듯한 느낌도 준다. 다양한 인상이 종횡무진하는 가운데 그 인상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건 이곳이 부드럽고 안온한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ATM 기기와 환전소가 있는 1층에는 편안한 소파가 놓여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아이패드와 아이팟까지 비치돼 있어 용무도 볼 수 있다. 또한 그리니팟(가상 디지털 공간에서 나무를 키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맹그로브나무 키우기에 동참할 수도 있다. 평소 맹그로브 나무 심기 행사나 환경포스터 그리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하나은행다운’ 공간이다.
이곳은 금융과 환경, 사회공헌에 대한 메시지를 조화롭게 접목시키고 있는데, 국내 금융권 영업점 중에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디자인상이라 불리는 ‘IDEA 디자인 어워드 2011’에서 동상을 받았다. 명동 하나은행 플래그십 스토어는 하나은행의 철학과 비전이 압축돼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나무에 대한 사랑이 충만한 공간에서 누리는 한순간의 여유와 휴식. 누가 이곳을 단지 은행이라고만 말하랴. ‘은행이 그래도 되는 거야?’ 물론 그래도 된다. 아니, 그래서 더 즐겁다.
사진 남궁선
인테리어 개요
위치: 서울 중구 명동1가 65-2
설계 및 시공: 제이이즈워킹
입면 디자인: 이재준 작가
내부 마감: 벽체-자작나무 합판, 이로코 ┃ 바닥 - 세라믹, 이로코 우드 플로어링 ┃ 천장 - VP도장, 자작나무 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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