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빛을 담는 6인의 시선... <나무, 빛나다>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지나온 세월의 무게만큼 가치가 더해지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뜻으로 모인 디자이너 그룹 슬로우퍼니처 가구

강진희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5-06-04 22:16:46

홀로 공방을 운영하며 가구를 만드는 작가들은 자신들의 모임 '슬로우퍼니처'. 늘 빛을 품고 생장하는 나무를 재료로 나무에 빛을 담은 가구 작품을 선보다. 작가마다 작품을 풀어내는 관점과 방식은 다르지만 하나의 키워드로 모아지는 가구의 매력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완벽한 삼위일체]

 

▲ Trinity|블랙 월넛, 메이플|1840L×670D×460H

기독교의 성 삼위일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좌식 테이블이다. 늘 작품에 스토리텔링을 하는 고영규 작가는 좌탁의 상판을 삼각 구조로 받치고 있는 세 개의 다리를 성부와 성자, 성령으로 상징화했다. 제법 무거운 슬랩 우드를 받치고 있기에 너무 가는 다리라는 불안함도 있지만 세 개의 다리로도 완벽한 균형을 잡는다. 오른편에 서랍 겸 이동식 트레이에는 상판을 비추는 LED 조명이 부착되어 있다.


[작대기와 판자가 만난 가구]

 

▲ Furniture; Wood, Sideboard|블랙 월넛, 오동나무|975W×485D×835H

 

나무는 우리 일상에서 작대기와 판자로 불리며 친숙하게 생활의 도구로 사용됐다. 김명호 작가는 그런 흔한 나무가 얽히고설켜 새로운 가구가 되어 빛난다는 의미로 작품을 풀어냈다. 월넛의 각재와 오동나무 판재가 만나 단아한 느낌의 이층장이 탄생했다.



[빛을 품은 가구, 공간을 비추다]


▲ Mass_Light|블랙 월넛|780L×310D×1400H


기하학적인 형태의 건물이 우뚝 서 있는 것 같은 김선아 작가의 작품은 그녀가 추구하는 심플한 디자인과 건축적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블랙 월넛장의 한쪽이 뚫려 있는데, 그 위에 LED 조명을 설치했다. 그녀는 가구에 빛을 담으면 가구가 곧 공간을 비추는 빛이 된다는 의미로 주제를 표현했다.


[나무 본연의 빛, 반反하다]

 

▲ 반反|애쉬, 체리, 자작나무 합판|2400W×600D×900H

 

나무와 또 다른 빛의 만남을 주제로 작품을 풀어나간 다른 작가들과 달리 이경원 작가는 나무 본연의 빛에 집중했다. 똑같은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아일랜드 테이블 두 점을 체리나무와 애쉬나무를 사용해 만들었다. 전시장 가운데 나란히 꼭 붙어 서있던 테이블은 애쉬은 밝은 나무 빛과 체리의 붉은빛을 공간에 뿜어내며 서로의 빛을 내었다.


[가구에 비친 쌍계루]


▲ Reflection|블랙 월넛, 메이플|715W×430D×1650H


늦가을 백양사의 쌍계루 경치에서 영감을 얻은 이양선 작가는 메이플 캐비넷에 쌍계루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 요소를 담았다. 월넛 기둥을 중심축으로 양 문이 달린 캐비넷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양 문에 동일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마치 백양사와 연못에 비친 또 하나의 백양사처럼 두 개의 캐비닛 도어는 서로의 빛을 비추고 있다.


[나무와 그린 오닉스의 만남]


▲ Sideboard-Onyx|블랙 월넛, 레드오크, 그린 오닉스|2000L×480D×920H
안형재 작가의 작품은 가구의 디자인뿐 아니라 새로운 소재의 활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이드보드 상판에 장식석으로 주로 쓰이는 광물 ‘그린 오닉스’를 올렸다. 그 아래 LED 조명을 두었는데 조명 빛이 오닉스 상판의 갈라진 틈을 투과해 은은하게 올라오는 모습이 오묘한 매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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