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조선목가구 전 <형태 그리고 색>...‘전통(傳統)을 전통하라’

조선가구의 진면목
전통가구의 아름다움 되새김질
소목장 이수자인 정재훈 조선가구 방정식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2-03-23 22:44:15

 

조선의 가구를 제작한다는 것은 전통이 품고 있는 정신과 물리성 그리고 시대의 삶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현재성을 창조하는, 매우 고단하고 난감한 길을 걷는 일이다.

원칙에 충실하면 복제성 가구가 되고, 현대성에 치우치면 근본을 상실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되는 것이 전통가구의 숙제이다. 그래서 조선 가구를 제작하는 목수에게 ‘균형’은 이론과 기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조선가구는 성리학이 정신과 삶을 지배한 조선의 이념에서 잉태한 사물이다. 불교의 공허한 교리가 아닌, 이치(理致)를 중심으로 세상을 살핀 조선 선비의 정신세계가 창조한 가구는 단순히 기능에 그치지 않고 기(氣)를 이루는 실존이 도구이자 격조의 대상체로 존재했다.  

 


조선가구를 오늘에 재현한다는 것은 목수의 기술과 장인정신을 뛰어넘어 한 시대의 사조(思潮)를 읇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소목장 정재훈 목수의 조선가구는 한 시대의 묵직한 돌을 쉼 없이 나르는 전달자이면서 상징체이다.


나무의 질감과 형태, 색의 조화를 통해 조형미에 다가서는 그의 가구는 정직한 형태와 문양의 조화 그리고 비례감을 적절히 표현해내기 위해 담금질을 마친 상태다.

기호와 패션을 전제로 시각적 충동을 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 감각에 전통가구는 근엄하고 위세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 쓰임의 조형성은 감춰져 보이지 않고 목재의 따뜻한 질감은 근접하기 어려운 격식으로 존재해 현대인에게 난해한 방정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인 정재훈 목수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선가구의 완결 미는 완고한 형식으로, 섬세한 기능은 비현재성으로 느끼는 소비자에게 목수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작업자로서의 안타까움이다.

선을 그리고, 형태의 공간감과 나무 색감의 조화를 구사해 온 정재훈의 조선가구를 실제로 목격한다면, 작품 한 점 한 점이 전하는 이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닫이문과 와 미닫이문의 절묘한 배치와 겉과 속이 같은 목질의 완숙함, 가구 내부의 분할 된 구조가 완성한 공간미는 조선가구의 미학이면서 정재훈 가구의 목적이기도 하다.

기물(器物)로 불리던 조선가구가 의미조차 불명확한 조선 공예(工藝)라는 이름으로 대체되면서 그 근본성 또한 모호해진 오늘날, 조선가구의 발심(發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재훈의 조선가구는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조선가구, 그 자체를 보기 어려운 요즘 <형태 그리고 색>을 주제로 펼친 정재훈의 목가구전은 균형 속에서 이치를 모색한 전시이다.

전시는 3월 23일~28까지 KCDF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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