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방혜자 ―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개최... 빛과 토양을 중충적 세계

강진희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6-04-23 22:45:19

▲ 〈하늘의 땅〉, 2011, 패널, 종이에 천연 안료, ⌀ 179 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방혜자 ―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전을 4월 24일(금)부터 9월 27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행사 중 하나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양국의 문화예술을 양분 삼아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방혜자(1937–2022)의 회고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전체 출품작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소재 작품들을 선보이며, 국립 퐁피두센터, 파리 시립 세르누치박물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수한 작품을 포함한다. 이로써 작가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00년대 이후 후반기의 대표작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주요 작품을 총망라한다.

방혜자에게 빛은 단순한 광학적 현상이나 조형적 효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유년기의 병고와 산사(山寺)에서 보낸 시간,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시대를 지나며 체험한 삶의 가치,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마주한 빛과 토양은 그의 예술 안에서 중층적인 빛의 세계를 이루었다. 그래서 그의 빛은 생명의 빛에서 마음의 빛으로, 다시 더 깊고 넓은 차원의 빛으로 나아갔다. 

 

▲ 〈하늘의 토지〉, 2008, 부직포에 천연 안료, 178 × 300 cm, 영은미술관


초기 추상회화를 시도한 소수의 여성 미술가 중 한 명이었던 방혜자는 1961년 새로운 예술을 탐구하고 내적으로 성장하고자 국비유학생 1호로서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는 프랑스 미술계의 영향을 흡수하면서도 특정 경향을 좇기보다 내면을 향한 성찰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예술 사이에서 고유한 화풍을 빚어 갔다. 1968년부터 8년간 다시 한국에 머물 때는 고대 전통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기운을 작품에 담고자 연구했다. 말년까지 주된 재료로 삼게 되는 한지의 물성을 발견하게 된 것은 이 시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작가는 캔버스를 세워 작업하던 방식에서 점차 벗어나 화폭을 바닥에 수평으로 놓고 작업했다. 그 과정에서 화면은 종이의 주름과 안료의 스밈, 재료의 성질과 작가의 에너지가 조응하는 공간이 된다. 그가 지지체와 재료를 매만지는 것은 내적인 빛을 다듬는 과정과 다름없다. 방혜자의 작품에 담긴 빛은 마음과 천지, 우주를 비추는 성찰의 시간을 품고 있다.


▲ 〈빛에서 빛으로〉, 2012, 닥지에 천연 안료, 328 × 129.5 cm, 방혜자 재단, 사진 © 정재준 
전시는 ‘빛의 탄생’, ‘하늘과 땅과 손을 잡고’, ‘빛을 심으며’, ‘빛으로 태어나는 길’ 총 4부와 ‘인트로’, ‘아카이브’ 공간으로 구성된다. 동선을 따라 땅의 기운, 하늘의 세계, 마음의 에너지가 깃든 공간을 지나며 방혜자가 평생에 걸쳐 사유해 온 빛의 세계를 차차 마주하도록 한다. 늘 새로 태어나는 마음으로 빛을 향해 정진해 온 작가의 여정을 따라 방혜자의 예술세계와 그 빛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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