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소리없는 질서에서 온다
북유럽 디자인을 선호하는 요즘이다. 그 발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봤다
편집부
woodplanet@naver.com | 2025-11-30 22:52:03
북유럽 디자인이 그야말로 대세다. 이케아를 필두로 다양한 리빙브랜드가 한국에 입점했다.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 디자인으로 자신의 방을 연출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행복하고 아늑해 보이는 북유럽식 공간의 이미지를 소비할 뿐 그들의 생각을 읽지 않는다.
삶의 도구를 위한 디자인
디자인은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한 셈이다. 북유럽 디자인에도 그들의 삶이 녹아있는 셈이다.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학교와 같은 공공건축에 가장 잘 반영되어있다. 한국의 학교건축을 떠올리면 너른 운동장과 5층 정도 규모의 벽돌건물이 생각난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학교 건축은 조금 다르다. 주변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반영한다. 따듯한 자연광이 최대로 유입될 수 있도록 큰 유리창을 낸다. 땅을 손상시키지 않고 건축물을 얹어낸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기 위함이다.
‘소리 없는 질서’의 저자 안애경은 북유럽 사람들의 삶을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말한다. 생활하고 배우는 공간을 직접 경험하며 깨우친 생각들을 책에 담았다. 아트디렉터로서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를 만났다. 그래서 깨달은 모든 예술의 이유를 이 책에 담았다. 그녀가 주목한 것은 공간을 통해 이해한 그들의 삶의 방식과 교육이다.
노르웨이는 나무로 건축에 옷을 입히는 것을 좋아한다. 숲이 많은 북유럽이라 당연하다. 하지만 전원이 아닌 도시에서도 나무 옷을 입은 건축을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그들에겐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나씩 손으로 붙여야 하는 목재보다 좀 더 쉬운 마감재를 쓸 수도 있다. 그들이 나무를 대규모의 건축물에도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건물의 규모가 커질수록 세련된 느낌을 원하지만 그들은 익숙한 자신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나무를 택하였다.(사진1 schmidt hammer lassen architects. 상가와 오피스의 기능이 혼합된 대규모 건축물.) 나무 특유의 친숙함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박공지붕 집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건물의 형태를 가장 잘 드러낸 현대적 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들은 자신의 현재 삶을 반영할 뿐 과거의 형태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삶의 모든 것은 학교에서 배운다
대부분의 학교는 나무로 따듯한 질감을 형성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연을 대표하는 재료인 나무는 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를 나무로 만든 정성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든다. 이 공간을 경험하는 학생은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배워간다. 또한 아이들이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 될 수 있게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있는 마을과 학교는 소통할 수 있다. 그들에게 학교는 닫힌 공간이 아니다. 그리고 삶의 방식도 잘 녹여낸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교장실도 교실도 아닌 ‘휴식 공간’이다. 북유럽에서는 일상의 좋은 휴식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휴식 공간을 최고 수준으로 디자인 한다. 학생들이 수준 높은 환경에서 한 경험은 나중에 그들에게 공간에 대한 생각과 취향을 키워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과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을 대단히 중요하게 고려한다.
최고 수준의 교육을 자랑하는 핀란드는 학교의 모든 공간이 내외부에서 진행되는 모든 실습들을 지원한다. 학년마다 같은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아닌 선생님이 모든 수업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다양하고 유동적인 공간을 요구한다.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자유로운 공간들이 학교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많은 공예시간을 갖는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술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 모든 학교는 목공 시설을 갖추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충분히 사전교육을 하고 작업에 두려움이 없이 모두에게 유용한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교육의 방향은 특히 식사예절에서 그 성격이 더 도드라진다. 선생님과 학생이 다 함께 먹는 식사 시간에 자연스럽게 수업이 진행된다. 일부러 아이들에게 자기와 유리그릇을 권한다. 조심스럽고 차려진 식탁에서 대화하며 먹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핀란드는 최근에 고층건물과 공공주택에도 목재로 마감을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 역시 그들이 가장 살기 편한 주택인 아파트나 공공주택에 자연인 나무를 입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외장재로 목재를 택했지만 외관은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차분하다. 내부는 하얀 도화지 같다. 다만 입구가 맨 위층 천장까지 트여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참고 : 이미지 2 핀란드에 지어진 공공주택.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고층주거에 적용된 나무 마감이 특징이다. Architects: OOPEAA)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공간을 살펴보면서 공통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짓는다.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충분히 여유와 적응력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연이 주는 선물에 기뻐하고 감사한다.
‘소리 없는 질서’의 저자 안애경은 이 모든 이야기들은 교육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교육은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는데 기초를 두고 있다. 이론을 외우는 공부가 아니다. 직접 만들어 보고, 자연과 뛰놀고, 사회에 나가본다. 선생님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게 지원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자유로운 학습 환경을 마련한다. 이렇게 배운 아이들이 자라서 만들어 나가는 사회가 지금의 북유럽 사회일 거라 생각한다. 이렇듯 북유럽의 모든 디자인은 그들의 삶과 사회에 대한 태도를 담고 있다.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자연을 사랑하고 적응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의 삶에 맞는 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일까? 한국의 디자인은 어때야 할지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할지 의문을 던진다.
글 윤선미 기자, 사진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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