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조 개인전 <LEE SEUNG JIO>... 탈회화적 추상 제시
편집부
woodplanet@naver.com | 2022-08-31 23:50:05
국제갤러리는 오는 2022년부터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이승조의 개인전 ‘LEE SEUNG JIO’를 개최한다. 국제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이승조의 전시에서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을 구축하는 데 평생을 바친 화백의 주요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며 그만의 굳건한 시각언어를 새로이 조망하고자 한다.
이승조의 가장 대표적인 모티프로 알려진 ‘파이프’ 형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4개월 후, 〈핵〉 연작의 열 번째 작품을 통해서였다. 마스킹테이프로 캔버스에 경계를 지정한 뒤 납작한 붓으로 유화를 입히는데, 붓의 가운데 부분에는 밝은 물감을 묻히고 양쪽 끝에는 짙은 색 물감을 묻힘으로써 각 색 띠의 한 면을 한 번에 그을 수 있었다.
이러한 붓질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색 간의 경계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라데이션이 생겨나 3차원적 입체감이 형성되는데, 색을 칠한 후 작가는 사포질을 통해 화면을 갈아 윤기를 내어 금속성의 환영을 더했다.
이승조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아폴로 우주선 발사로 새롭게 우주의 공간 의식에 눈뜨고부터 시작한 이 작업이 작가인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 같아” 끊임없이 매진하고 있다고 소회한 바 있다.
이런 작가에 대해 훗날 유족은 “수학도 모르면서 속도와 확장성은 꿰뚫었던 사람”이라 소개한다. 각 시대가 그 이전 시대에 비해 이룬 진보란 새로운 과학기술이 담보하는 가속화의 결과라 보았던 작가이자 철학자 폴 비릴리오(Paul Virilio)는 속도를 집단 경험이 펼쳐지는 매체이자 그 경험의 역사적 역동을 밑받침 하는 핵심 원동력이라 진단하며, 속도는 “도착지인 동시에 운명”이라 단호히 정의한 바 있다.
기술문명의 현대화를 화폭 안에 소화해내며 이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이 화백은 그의 말년에 4m 이상의 폭에 달하는 대작을 그리며 자신의 우주를 무한히 확장해 나가고자 했다.
작가가 밝히듯 이승조의 회화에서 반복되는 파이프-적인 형태는 구체적인 사물의 연상도 연장도 아니다. 이를 어디까지나 회화의 소재로서의 선과 색채의 앙상블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평론가 이일은 이승조가 “조형의 기본원리인 규칙적인 반복의 질서를 통해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가 말하는 ‘자기환원적 추상’, 다시 말해서 ‘탈회화적 추상’의 세계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 정리하기도 했다.
전시는 2022년 9월 1일(목) – 10월 30일(일)까지 국제갤러리 K1, K2, K3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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