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닳아져야 좋은 공예다"

칼럼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0-12-04 01: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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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공예트렌드페어 개막
젊음공예가들의 축제의 장
새로운 소비형태 제공
여전히 아쉬운 점도 남겨

'2020공예트렌드페어'를 둘러보면서 집중탐색한 것은 디자인과 트렌드보다 삶의 기본기와 균형감을 보조하는 검박한 도구들이었다.

다시 말해 사용자의 습관에 의해 적당히 닳고 낡아져 몸으로 감지되는 미래의 사물들을 발견하고자 했다.

겸손의 십계명이라 불리는 덴마크 얀테의 법칙처럼 ‘남들보다 특별하고, 더 똑똑하고, 더 많이 알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닌’ 배려로 잉태한 겸손의 도구를 통해, 매일 조금씩 나아지기 위한 공예 사물을, 전제해서다.

과도한 개념과 형상에 치우치다보면 자극적인 양념은 입 안에 오래 머물지 못하듯, 잠시의 관조와 인상에 그쳐 단명하는 물건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제작자의 의도와 사용자의 쓰임에 의해 용도와 형태가 완성되는 것이말로 공예의 기본이면서 긴 생명력도 가질 수 있다.

단순함이란 많은 물건이 아니라, 오래 지닐 수 있는 물건을 통해 얻는 검소의 미덕을 말한다.

어떤 경우에도 물건은 사용자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회화나 조각처럼 벽에 걸어 두고 오가며 느끼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용자의 매일의 습관에 의해 둔탁함이 정교함으로, 날카로움이 무딘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마련해 줌으로써 현대 공예가 공산품과는 차별될 수 있다.

필요와 불필요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소비 능력을 제공하는 것도 공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단순하고 아름다움이 지속되는 도구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미술적 공예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2020공예트렌드 출품작에서 날카로운 우아함과 자극적 조형, 불편한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만든 이는 보이는데 사용자는 감춰져 있고, 공감보다 자족에 치우친 경우도 흔했다. 날개보다 품개를, 볼륨보다 매스에 기초해야 오래 남는 공예가 될 수 있다.

70만년을 지속한 구석기시대 돌도끼처럼, 삶에 밀착한 공예가 우리들의 삶의 속도와 질량을 가다듬도록 해줄 그때를 다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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