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읽다...목재계의 팔방미인 ‘멀바우’

라이프 / 유재형 기자 / 2021-07-14 22:37:27
  • 카카오톡 보내기
▲ 헤이리 북하우스 . 김준성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헤이리의 땅 모양, 스카이라인, 노출콘크리트와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동시에 사용 방법에 따라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재이다. 다양한 수종은 용도에 따라 저마다의 색, 질감, 무게, 내구성, 유연성 등을 뽐낸다. 특수하게 가공하거나 다른 재료와 혼합한다면 익숙한 수종도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나무는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 공예가에게 도전해 볼만한 소재였다.

시대와 쓰임, 미적 욕구에 따라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나무. 그 중에서도 우리 주변에 다양한 용도로 쓰여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나무가 바로 ‘멀바우’이다. 일반인에게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외장재, 데크재로 널리 쓰이는 것은 물론 가구나 작품 소재로도 사용이 점점 늘어나는 목재이다.

“멀바우는 외장재로 쓸 수 있는 하드우드 중 단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별도의 방부처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나무이죠.” 파주 헤이리 북하우스를 설계한 김준성 소장의 말이다. 그가 복합문화예술공간 북하우스의 외관을 멀바우로 꾸민 이유는 이 때문이다.

 

▲ LG곤지암 골프 클럽 하우스 멀바우의 은은한 속살을 감상할 수 있는 테이블. 생목을 처음 잘랐을 때 멀바우의 중심 부분은 오렌지색이 감도는 갈색이고 가장자리 부분은 백황색이다. 중심부분은 대기와 접촉하면 암갈색이 된다.

 

▲ 멀바우는 가구를 제작해도 전혀 손색 없는 목재다.

 

▲ 멀바우 목재의  심재와 변재를 섞어 벽체를 제작한 현장.

 

천연 목재 중에서 외장재 용도로는 강도가 높으며 기름 성분이 많아 내후성이 강한 나무라는 점. 건조 후에는 수치 변화가 크게 없어 안정성 면에서도 훌륭한 목재이다. 더 저렴한 목재를 원하면 일반 방부목을 쓰면 되지만 강도가 약하며, 환경에도 좋지 않고, 유지 보수도 어렵다.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자라는 멀바우는 내구성이 뛰어나 건축재로 많이 사용한다. 단단함을 높이 평가받아 일제 강점기에 철도 침목으로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태평양철목’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거기다 부식이나 벌레에 강해 방부처리가 따로 필요 없어 ‘천연방부목’으로 손꼽힌다.

다만 비를 맞거나 물이 닿으면 붉은색 물이 빠지기 시작해 자연스러운 회색으로 바뀌어간다. 색이 변하는 것은 천연 소재가 갖는 특성일 뿐 결코 썩은 것이 아니다. 김준성 소장은 시간의 흐름을 담는 멀바우의 이런 특성이 ‘책’을 주제로 삼는 북하우스와 잘 맞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 기흥 골프장 브릿지

 

▲ 완주 솔라파크 공간의 멀바우 계단과 동자

 

▲ 논현동 코오롱스포츠 컬쳐스테이션의 계단


작업은 까다롭지만 결과는 매력적인 목재

이런 멀바우도 단점이 있다. 일단 수액이 많아 적절한 건조는 필수이고, 무게가 무거워 작업하기 까다롭다. 품질의 편차가 큰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규격이 정해져 있는 데크재가 아닌 원목 자체는 가격 차이도 있는 편이다. 네이버 우드워커 카페 회원이자 가구 제작자인 이중기 목수는 멀바우로 작업대를 만들다가 고생한 경험이 있다. 기계 작업이라면 몰라도 손으로 작업하기에 멀바우는 무겁고 대패질이 힘든 나무였다고 한다.

“거의 데크재나 집성판으로 들어오니 가구로 만들기엔 활용도 면에서 한정이 있는 것 같아요. 원목 자체를 가구로 만들어서 안 될 것은 없지만 수작업하기엔 거스러미가 많고 무거워서 가공하기 힘들었어요.”

멀바우는 수작업 하기엔 가시가 많고, 결 방향대로 잘 쪼개지는 단점도 지닌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멀바우가 지닌 특성이 가구재로 빛을 발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멀바우는 일반적으로 무늬가 거의 보이지 않는 목재로 알려져 있지만 테이블처럼 판재를 넓게 제재한 경우에는 은은한 무늬를 감상할 수 있다. LG곤지암 골프 클럽 하우스의 멀바우 통판 테이블이 그 예이다.

 

▲ 25년 된 야외 멀바우 데크. 40mm 각재로 재단해 설치했다.

 

▲ 멀바우 대문. 3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목재만큼이나 시공법도 중요한 요소다.

 

“큰 테이블은 무늬가 현란하면 오히려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가구라면 으레 참나무나 물푸레나무처럼 무늬가 화려한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멀바우처럼 무늬가 잔잔한 것은 모던한 가구 느낌을 줄 수가 있어요. 사방탁자 가구에 맞는 나무가 있고 모던한 가구의 조형미에 맞는 나무가 있어요.” 유림목재 양우정 본부장은 멀바우가 가구재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소개한다.

청담동의 멤버십 쿠킹라운지 라베르샤 역시 쿠킹 스튜디오와 특별 강의실을 멀바우 테이블로 장식했다. 건강하고 신선한 요리를 테마로 하는 공간인 만큼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써 천연 소재를 선택한 것이다. 압도적인 길이를 자랑하는 바 형식의 테이블은 멀바우가 50m까지 자랄 수 있는 키 큰 나무임을 증명한다. 모던한 느낌의 테이블이기 때문에 화사한 꽃장식이나 소품과 잘 어울린다.

 

▲ 조작가 정상기의 멀바우 작품 

 

멀바우는 건축 내외장재, 데크재 외에도 부두나 수로의 건설재로도 쓰일 수 있고 가구재나 악기재, 작품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과도한 벌채 방지를 위해 각 국가마다 엄격한 규제가 따르고 있고 생산 비용,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러 가지 쓰임 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나무이다. 그래서 팔방미인이란 수식이 부끄럽지 않다.

 

사진제공: 유림목재

 

[ⓒ 우드플래닛 뉴스 프레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독자의견]

    댓글쓰기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loading...

      LOADING...
      • 카카오톡 보내기

      WOODPLANET Newsletter

      우드플래닛 최신기사, 관련정보 등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뉴스레터에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