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의 치유로 꿰맨 정소윤의 산수화 <살아가고 있는 자의 기도>

아트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1-01-09 23: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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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사적 정체성 구현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친 개인전
치유를 위한 불안감의 재구성
▲ 누군가 널 위하여 2020

 

▲ 누군가 널 위하여 2020

▲ 누군가 널 위하여 2020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달의 음영에 기대거나, 먹으로 솟아난 산(山)의 몸체에 의지한다. 자연은 대상이면서 동시에 본질로 존재하는 숭고의 매개체이다.


먹으로 채색된 산수화는 풍류의 정서가 강으로 흐르지만, 끊어질 듯한 실로 촘촘히 엮은 산수화는 삶의 떨림을 동여 맨 각고의 일상일 수도 있다. 


섬유작가 정소윤 산수화는 청소년기에 파고든 상실감의 덩어리이다. 가장인 아버지의 죽음은 거대한 산맥이 되어 심장을 파고들었다. 그냥 살 것도 같았지만 때마다의 슬픔과 공허의 먹구름이 되어 일상을 뒤덮는, 그 불안함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자 했던 기도와 눈물의 분신이기도 하다. 

 

 

 

미술대학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했지만 그의 손끝으로 이어지는 실 끝에는 아버지의 그리움이 하염없이 매달려 숲을 이루고 첩첩산중이 되어갔다.

정소윤의 개인전 ‘살아가고 있는 자의 기도’는 제목 그대로 산 자의 불가피한 독백이다. 중첩된 산의 골짜기마다 아버지의 영혼이 죽음보다 깊은 잠으로 조각되어 누워 있고, 그 주위를 돌아가는 모서리마다에는 살아가는 이들의 애도와 상흔들이 옅은 먹이 되어 흐르고 있다.

그가 내민 실타래로 중첩된 먹의 농도는 정자에 걸터앉은 낭만 화가의 산수화가 아닌, 단장의 그리움과 불멸의 통증이 뿌린 가슴 한 곳의 암각화 같은 것이다. 때문에 그의 산수화는 자연에 귀의하는 수도승처럼 공허의 도피처이자 자기 재생의 피난처이다. 

 

▲ 안식처2020

 

▲ 안식처2020

 

▲ 안식처2021
모름지기 작가란 자기모순에 대한 성찰과 결핍의 고백을 전제하는 것이라면, 섬유작가 정소윤의 산수화는 그 맥락 위에 선명하게 드러난 작업이다.


타자가 남긴 업보에서 벗어나면서 시작한 정소윤의 신작 ‘안식처’ 시리즈는, 자신을 추스르고 정면을 바라본 정체성이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가장자리에서 원으로 흘러드는 먹의 계조는 정소윤의 블랙홀을 짓기 위한 전운을 띠고 있다. 아마도 그가 안착할 최후의 그곳은 고요와 평안이 겹겹으로 둘러싸인 적막강산 어디쯤일 것이다.

전시는 1월 12일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열린다.

| 정소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섬유예술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다수의 단체전과 수상을 거쳐 2021년 1월 첫 개인전을 갤러리도스에서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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