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신규 개인전 <이질과 대칭> : 완전한 존재를 위한 ‘이것’의 현상

칼럼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1-09-14 01: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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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마 최대의 상극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날을 지닌 칼이다. 나무는 그 칼의 집요한 내리침에 속절없이 당하면서도 자기 몸을 조금씩 내어주는 만큼의 금속을 갈아 삼켜 날을 무디게 한다. 나무와 금속의 이질적 물성은 극도의 대칭적 관계지만, 칼은 나무도마 위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고 반면, 도마는 칼날에 의해 나무 질료를 증명할 수 있다.

도마와 칼은 이질적 질료로서 서로 간섭하고 대항하는 가운데 각각의 기능을 대변하면서 독립적 존재성을 보장해주는 상호적 관계이다. 그 질료의 이질적 대칭 관계를 '재현'이 아닌 오브제로 '표현'한 젊은 작가가 바로 손신규다.

질료는 형상에 의해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 된다. 형상은 현실성이고 질료는 그것의 가능성이다. 질료는 물질의 비활동적이고 수동적 상태라면 형상은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원리이며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이다.

물건 하나가 누구에게는 기능의 대상이겠지만 작가에게는 물질의 상상력을 대표하는 오브제이다. 장인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물건은 교환 가능한 자본주의 매개물이지만, 오브제는 작가의 사유와 태도를 담은 물질 에너지다. 또 그것은 작가의 심리를 대변하고 이념을 구현하는 질료의 기호체계다.  

 


손신규의 오브제는 나무의 본질적 욕망을 내재한 한옥 고재, 반사체인 스테인리스 스틸, 기저를 담당하는 포천석, 기능을 위한 유리 등 4개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 이질적 물질에 순수미술의 기반인 기호를 공예의 사물성(objectivity)’에 전이해서 전통과 현대, 일반과 차별, 유연과 규격의 경계를 자유롭게 유희하고 있다.

아트 딜라이트 갤러리에서 <이질과 대칭>을 타이틀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손신규는 속성이 다른 물질을 대칭적 구조로 두고, 배타성과 이질적 물성의 궁극적 미학을 견지하면서 각각의 이물질이 내는 내러티브를 공간의 사면에 가득 채우고 있다. 건축의 구조를 차용한 그의 가구는 차갑고 따뜻함, 곧음과 가지런함, 수용과 반사가 교차하는 강건한 사물로 건재하다.

작가는 기예와 절제의 미학을 구조에 잉태시켰다고 말한다. 이질적 재료에 의해 반목과 질시가 난무하는 구조 위에 기예는 칼날 위를 걷는 무당의 날카로움으로, 절제는 자기 물질의 이기심으로 각박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도마와 칼의 관계처럼 이질성은 서로의 필요와 존재를 메우는 마치 낯선 남여가 합방을 이루듯, 작가의 의도에 착실히 융합하고 있다.

 

 

손신규의 융합 사물은 쓰임의 기호화를 도구로 작가의 경험을 서사체로 써내려간다. 그 서사의 사물은 헤겔이 말하는 ‘이것’ 즉, “사물은 그것이 지닌 성질과의 관계 혹은 그것을 형성하는 물질과의 관계에 입각하여 단일한 ‘이것’으로 지시된다.”는 원리에 접근하고 있다.

이물감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처음의 증거요, 대칭은 자신의 영역을 완곡케 하는 경계의 외곽선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물질은 자체의 운동과 변화를 이끄는 자연성으로 마침내 합을 만들어가는 유물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이질(異質)과 대칭(對稱)’은 배타적 관계를 통해 더 큰 합체를 이루는 유기적 오브제를 추구한다. 그것은 상실과 고립의 질료가 나락으로 떨어지다 다시 솟구쳐, 완전체를 지향하고자 하는 작가의 내재적 이데아(idea)이다.

이질적 질료를 다루는 기예와 절제미는 상호 접속의 말미를 터주는 순기능으로 작용해 '의미와 쓸모’, '삶과 예술’을 중첩하는 오브제를 낳는다. 그래서 손신규의 오브제는 다르지만 다를 수 없는, 대칭이지만 대적하지 않아야 하는, 존재하는 것들의 순리를 외치고 있다.

지금도 칼날은 나무도마의 등을 내리치고 있지만 이는 모든 물질의 질료적 생태계이면서 존재를 위한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이니 마냥 두려워 할 일은 아니다. 손신규의 고재목, 포천석, 스테인리스 스틸, 유리의 질료들 역시 '이것'의 현상과 다르지 않다.

 

전시는 9.15 .~ 10.13까지 이태원 아트딜라이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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