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끈적끈적하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 붙이며, 그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하며 존재한다.”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유은호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구조적으로 이용되어 온 혐오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맞닿아 있던 혐오를 발견하고 그것을 씻어내는 행위를 작업으로 담아냈다.
씻겨 나간 혐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개인의 욕망을 변형시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만든다. 혐오는 형성한 거대한 구조 속에서, 스스로의 욕망을 잃어가는 수많은 얼굴들을 보았다. 그 얼굴들은 끈적하게 달라붙은 혐오로 인해 고유한 목소리와 생기를 잃고 개별적 주체성은 희미해졌다.
작가는 자신의 얼굴이 그들의 얼굴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 몸을 씻어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이는 곧 작가가 혐오의 구조에 포섭되어 있음을 인식한 경험이고 그 충동은 구조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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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은호_그래도 남는 것 2(연작) 2023Print 각 113×200cm |
작품은 판화로 찍어낸 얼굴은 개별 주체의 얼굴이면서도 동시에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형상이다. 그 안에는 ‘모두’가 포함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화상이자, 목소리를 상실한 다수의 집합적 자화상이다.
무한히 반복·생산되는 동일한 판화 이미지들은 혐오의 구조 속에서 주입된 욕망을 반영한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고유한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에 종속됨으로써 자기 욕망을 상실한 얼굴의 반복된 형상이다.
작가는 끝없는 혐오의 구조를 인식하고 그것을 씻어냄으로써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작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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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은호_ All Who Are No One 아무도 아닌 모두 2025 장지에 판화 33.5x53cm |
전시는 갤러리 담(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72)에서 2025년 11월11일(화)부터 11월20일(목)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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