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아프리카... 샌디브에는 코끼리가 산다

건축 / 전미희 기자 / 2025-11-30 21:47:52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중심부에 자리 잡은 호텔 샌디브에서 원시의 땅, 아프리카를 만나다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건축가로 알려진 이오밍 페이(I.M Pei)는 “좋은 건축이란 자연을 들여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대지 위에 세워지는 건축은 자연과 상생해야 한다. 오카방고 델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손꼽히는 일곱 가지 절경 중 한 곳으로 아프리카 남부 지역의 보츠와나에 위치해 있다. 그 중심부에 자리 잡은 사파리 롯지 샌디브(Sandibe)는 아프리카 천혜의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샌디브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며, 자연으로써 건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제약으로부터의 영감 



샌디브는 17년 전 이곳 오카방고 델타에 세워진 롯지 형 숙소다. 최근 이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곳에 세워진 건축에는 여러 제한이 부과되었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샌디브는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건축가 니콜라스 플류맨(Nicholas Plewman)과 영국에서 온 마이클리스 보이드(Michaelis Boyd)를 주축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새 숙소는 생체 분해성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다시 지어졌다. 즉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며, 지속가능한 건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건물에서 나온 비분해 물질은 숲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폐기해야 했다. 샌디브가 들어선 오카방고 델타의 숲은 도심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강과 늪, 비포장도로를 지나 폐벽돌과 모르타르 등 비분해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쳤다. 새로 지어진 롯지는 70프로 이상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주변 환경과 동식물에 조금의 물리적 충격도 주어서는 안 되며, 하수도와 폐기물 제거 또한 완벽하게 처리해야 했다.  

  

 

물론 이러한 제약이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도록 도와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약으로부터 건축가는 새 방갈로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신축 건물이 들어선 곳은 오래된 나무가 있는 곳으로 모든 생명을 위한, 그리고 그들에 의한 주거지다. 건축가는 아프리카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과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에 착안하여 샌디브를 지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희귀 동물인 천산갑(Pangolin)을 모티브로 택했다. 수줍음이 많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천산갑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며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대신 껍질을 동그랗게 말아 방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건물은 천산갑의 딱딱한 껍질의 모양을 닮았으며, 형태뿐만 아니라 그 성향처럼 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공격하기보다 이들과 함께 상생하는 건축물로 나아가고자 했다. 이로써 어머니의 땅이 품은 온화하고 따뜻한 숨결이 그 한가운데에 놓인 샌디브에까지 닿게 됐다.

자연이 허락한 건축

“클라이언트는 기존의 고급스러운 휴양 호텔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유니크하고 화려한 디자인, 여기에 전기나 온수의 공급, 호화로운 침구와 음식 등 세계 최고의 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조건 등을 전제로 내세웠죠. 그러나 이는 이곳 아프리카의 방갈로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에요.”



건축가는 건축주가 제시한 최고급 호텔의 조건보다 더 큰 전제가 바로 자연이라는 점을 상시시켰다. 샌디브가 오카방고 델타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도 주위 환경과 어우러지는 설계 덕분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건축 재료부터 자연에서 온 소재를 사용해야 했다. 방갈로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재료는 나무다. 이곳이 사라진다 하여도 샌디브를 이루고 있는 나무는 다시 아프리카의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주로 사용한 수종은 남아프리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나무로, 외관은 기다란 송판으로 곡선을 이뤄 천산갑의 등껍질을 연상케 했으며 소나무 널빤지를 그물망처럼 엮어 외형을 완성했다. 이는 마치 뒤집힌 배를 떠올리기도 한다. 여기에 방수 아크릴 막과 캐나다 삼나무로 지붕을 막아 기후 변화에 대비했다.

샌디브에서 눈에 띄는 점은 유리가 없다는 것이다. 분해되지 않는 유리는 매장이나 도서관을 제외하고 방갈로에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외부와 실내를 차단하는 역할은 패브릭으로 대신 했다. 면은 투과성이 있고, 내후성이 강하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열을 효과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에 이곳 기후에 적합한 소재였다. 또한 유리로 바깥과 실내를 완벽히 차단하기보다, 패브릭을 이용해 공간을 분리하되 언제든 아프리카 초원의 시원한 바람이 호텔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외부 스크린 벽이나 난간은 유칼립투스 나뭇가지를 와이어로 엮어 만들었으며. 데크와 바닥은 FSC 승인을 받은 하드우드를 사용하는 등 방갈로 구석구석을 이루고 있는 소재에서 환경을 생각한 세심함이 엿보인다.  

 


물론 숙박시설로서 투숙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이를테면 밤에는 불이 들어와야 하고, 따뜻한 물에 씻을 수 있는 환경은 호텔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부분이었다. 건축가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냉난방과 온수 시스템을 설치했다. 대부분의 전기는 태양열을 이용했으며, 숙소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든 물과 토양 폐기물은 폐수를 자연으로부터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은 하수처리장을 통해 버려진다.  

 


투숙객의 편리함이나 우수한 디자인보다 샌디브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코끼리나 하마, 사자 등과 같은 야생의 생명체들이 이곳에서 계속해서 살아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샌디브는 건축의 재료부터 속을 채우고 있는 시스템까지 아프리카 땅의 실제 주인인 자연을 염두에 두었다. 최근 아프리카에 세워지는 신축 건물은 이 같은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 숙소를 찾는 이들ㅇ은 아프리카 신비의 자연을 만끽하기 위한 사람들이다. 당장의 이익과 편리함만을 위한다면 조만간 우리는 야생의 생명과 자연이 만들어낸 천혜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속가능한 건축만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답이라는 것을 샌디브 프로젝트는 말하고 있다.

자료제공 Nicholas Plewman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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