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는 내 것에 대한 애정이다”
디자이너의 아내로서, 나는 남편이 만든 물건을 사용하는 첫 번째 고객이다. ‘Radius from you hand’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에도 남편은 숱한 시도 끝에 자신의 손에 꼭 맞는 접시를 만든 후, 내 손 모양을 본 떠 두 번째 나무 접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 마흔 여덟 명의 손에 맞춘 마흔 여덟 품의 나무접시가 잇달아 탄생했다.
재밌었던 것은 마흔 여덟 명의 손이 지니고 있는 각이 저마다 달랐다는 점이다. 그 각에 맞춰 접시가 제작됐다. 물론 보기에는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다. 친구들은 다 똑같은 접시라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들이 말이 맞기도 해서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부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내게 이 그릇은 매우 특별하다. ‘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지만, 무심코 다른 그릇을 만졌을 때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예를 들어 남편의 그릇은 내 손에 부딪침이 있는 편이다. 그 각이 나와 맞지 않아서다. 이내 내 것으로 돌아오면 손이 편안해진다. 그렇기에 더욱 애착이 가고, 자주 손이 간다. 오랜 시간 사용하면 결국엔 나도, 사물도 서로에게 익어갈 것이다. 또 내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오래도록 사용할 것 같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물건도 나도 변할 것이다. 특히 나무는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물성을 지니고 있고, 나는 이를 거부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접시에 꼭 맞는 내 손 또한 세월이 흐르며 주름이 깊어갈 것이고, 거칠어질 것이기 때문에 나무도, 물건도 내게 맞춰 변해나갈 것이다. 내 것이기에 그 변화도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다.
물건연구소|디자이너 임정주가 운영하고 있는 물건연구소는 물건의 본질을 연구하고, 그 물건의 목적에 대해 답을 구한다. 일상에서 쓰이는 모든 물건을 기획하고 직접 제작하고 있으며, 기획과 제작에는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들어간다. 현재 52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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