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물성을 오감으로 느낀다 ...'그랑핸드 서교'

건축 / 편집부 / 2024-09-02 13:52:02
<목재 인테리어 공모전> 상업부문 수상작
공간디자인회가 모티프의 감수성 잘드러나
구옥의 기존 구조를 최대한 유지
▲ 목재 집성 후 직접 조각한 원형 테이블. 고무나무의 질감이 잘 드러나 있다. 

 

북적이는 번화가에서 몇 블록 벗어나면, 서교동 주택가에 자리한 그랑핸드 서교점을 마주할 수 있다. 구옥을 개조하고 마당에 넓은 데크를 펼쳐 꾸민 정원은 정갈하고도 따뜻한 첫인상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1970년대에 지어진 구옥을 개조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편안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이는 그랑핸드가 지향하는 ‘향의 일상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그릇이기도 하다. 공간적 요소가 방문객들에게 미칠 영향을 섬세하게 고려하여 건축, 시공을 진행한 MOTIF와 그랑핸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만나, 구옥의 고즈넉함과 나무의 온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공간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 나왕합판으로 천장 공간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연스러운 곡선의 아름다움

내부로 들어서면 6m 가량의 고무나무 집성목으로 제작한 큼직한 매대가 눈에 띈다. 나무의 재질감이 잘 느껴지면서도, 마치 비정형의 커다란 바위를 들여놓은 듯한 인상이다. 고무나무 집성판 400여 장을 합친 뒤 손으로 샌딩하여 만든 나무 덩어리를 쓰다듬으면 나무의 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는 자연 소재의 물성을 감각적으로 전하기 위해,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도 MOTIF가 기꺼이 채택한 지극히 공예적인 작업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기계로는 구현하기 어려울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리며, 육중한 무게감과 섬세한 라인을 겸비해 공간 초입부터 시선을 끌었다.

 


한편, 계단을 따라 2층의 카페 공간인 콤포타블(komfortabel)로 이동하면 제일 먼저 평상처럼 넓고 낮은 테이블이 놓인 커피바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는 직접적으로 전통 목조 건축을 참조한 흔적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서와 밀접한 주거 양식의 한 요소를 소급함으로써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커피바 공간을 에워싼 좌석과 천정구조물에서 완만한 곡선의 부드러움을 확인할 수 있다. 밴딩(bending)된 원목봉으로 지붕처럼 조성한 천정과, 좌석 등받이 부분을 덧댄 원목의 둥그스름한 곡선은 간결하고도 부드러운 공간의 인상에 기여한다.


이렇듯 부차적인 디테일, 자잘한 디자인 요소는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곡선의 요소들은 섬세하고도 편안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불규칙성’과 ‘미완’, ‘과정’을 드러내기 



고개를 들어 1층의 천정을 둘러볼 때, 우리는 또 한 번 새로운 촉각성을 마주한다. 그랑핸드의 제품 패키징으로 사용되는 주재료이기도 한 황마원단을 천장 전체에 여러 겹 포개어 바르고, 풀을 먹인 천정 표면은 우리로 하여금 그 작업과정을 고스란히 감각하게 한다. 원단의 풀을 먹이면 경화 과정에서 원단이 수축하면서 황마의 곧은결들은 제각기의 곡선이 될 뿐만 아니라, 풀자국은 표면에 드러난다. 이렇듯 손길이 서린 작업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천정은 불규칙하고 투박한 공예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한편, 한 때 누군가의 집이었던 곳을 활용한 점 역시 이용자의 동선, 다시 말해 공간 경험의 시퀀스에 그대로 반영되어 편안함을 더한다. 새로이 공간을 구획하지 않고 구옥의 기존 구조를 최대한 유지함으로써 출입구부터 단계적으로 내밀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경험은 향기가 차차 우리에게 스며들어 일상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그랑핸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도 맞물린다.

 


‘쉽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것’이아닌, 보이지 않지만 ‘뚜렷한 존재감’으로 향기를 전한다는 그랑핸드의 중심 가치를 상기 해 볼 때, 무수한 브랜드, 플래그십스토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현시점에서 그랑핸드의 공간은 확실히 구별된다. 후각이 오감 중 기억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만큼, 그랑핸드 서교에서의 편안한 기억은 향기와 결부되어 우리에게 오랫동안 은은한 잔향을 남길 것이다. 

 


·설계: 스튜디오 모티프
·시공: 스튜디오 모티프
·사진: 최용준

·글: 이나현

 

[ⓒ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D

관련기사

[해외주택] 마호가니로 지은 꿈의 집...뉴욕 브리지 햄튼 샘스 크릭(Sam’s Creek)2023.07.23
고재로 재구성한 자연의 집2023.07.05
롯데제주리조트 ‘아트 빌라스’... 행복한 공간의 이유2023.06.09
하늘이 지은 나무 공간...천주교 대전교구 <원신흥동 성당>2024.09.02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