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사진가의 시시한 것들에 대한 별난 시선

아트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6-05-20 17:26:18

 

 

권혜진은 정오의 태양 아래에 놓인 열도 오키나와를 즉물적 시선으로 추출해냈다.

사진은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으로 우리를 부른다. 너무 시시한 사진에 관심을 갖는 게 자존심이 상할 정도다. 그 많은 오키나와의 절세 풍경을 모두 버리고 권혜진은 무슨 마음으로 사물들을 발가벗겼을까?

마치 태풍 후의 대지처럼 사진 속의 사물들은 온몸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있다. 너무 솔직해도 오해를 받는 것일까. 마치 의도를 깊이 개입시킨 것 같은 사진들은, 그녀가 자신은 아마추어 사진가이고 사심이 없는 즉물적 시각의 결과물임을 고백하지 않았다면 어쭙잖은 해석으로 실수할 뻔했다. 

 

 


거대한 석회암 바위와 울창한 나무들의 아우라가 깃들어 있는 땅 오키나와지만 권혜진은 어떤 사전 정보도 외면한 채, 정오의 태양 아래에 놓인 열도 오키나와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자유의지를 따라가면서 보이는 대로 주민등록증 사진 찍듯 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 사진들은 낯설음으로 보는 이의 소매를 끌어당긴다. 어쩌면 한낱 스쳐갈 사진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심경을 일게 한다.

그 이유를 곱씹어 보았지만 뾰족한 해답은 없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자유함’. 자신은 물론 외부의 어떤 간섭과 억압에서 벗어난 여행이라는 절대 시간 속에서 얻은 자유가 공간을 이루는 사물을 적나라하게 바라볼 수 있는 동기가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화장 지운 얼굴이 어색하듯,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는 습관이 몸에 배여 있다. 그래서 그녀의 사진들이 낯설거나 혹은 어색해 자칫 스쳐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등을 향해 던지는 사진 속의 사물의 이야기에 등을 돌렸다면 그것은 작은 행운이다.

오키나와의 역사와 풍경이 배려한 자유는 며칠간의 여행에 머물지만, 그녀의 일상에서 이어지는 자유로움은 오키나와를 떠났어도 견고하게 이어나가리라 믿고 싶다. 자기 시선으로 찍은 그녀의 사진이, 차별이 아니라 누구나 가져야할 평범한 시각이었음에 별난 사진이 되고 말았다.

사진 권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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