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축] Profile House, 집이 거리를 바꾸는 순간

건축 / 강진희 기자 / 2025-02-17 19:00:32
건축주와 건축가 말고도 만족을 표하는 사람이 있다. 집을 둘러싼 길을 따라 출퇴근하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그 집을 좋아한다.

 

 

그 집에 깊숙하게 들어가 본 사람만이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를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평온한 안뜰에 감동할 것이고, 친구 여럿과 나누는 홈파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넉넉한 공간을 바탕으로 설계된 주방과 식당을 몹시 부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드나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집을 바라보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 집을 둘러싼 거리를 나누는 사람들, 그래서 집의 외관과 측면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가 그 집에 붙여준 이름은 ‘프로필 하우스(Profile House)'다. 말 그대로 옆선이 살아 있는 집인데, 건축가는 호주에서만 자라는 빅토리안 애쉬(Victorian Ash)를 거칠게 자른 뒤 집의 윤곽선을 따라 붙여놨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결국 펜스이자 외벽의 기능을 하면서 조경 효과까지 주는 폭넓은 관점의 디자인 요소가 됐다. 엄연한 개인의 재산이지만, 이웃에게 혹은 그 길을 통과해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 것이다. 마감하지 않은 외장재를 썼기에 한참 더 시간이 흐르면 외벽의 나무들은 회색빛으로 변할 것이다. 매일 집의 둘레를 걷다가 어느 날 문득 나무의 색깔이 달라졌음을 감지한 사람이라면, 이 거리에서 보낸 짧지 않았던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건축주가 원한 것

 

 


주택이 위치한 브런스윅 이스트(Brunswick East)는 멜버른 북쪽에서 6km 가량 떨어진 도시로, 거주민의 40% 이상이 집에서는 영어가 아닌 자국어를 쓴다는 통계가 있다. 호주에 정착한 가족 단위의 이주민이 많다는 것이다. 한편 브런스윅 이스트는 공업단지를 두고 있어 공장이 많고 출퇴근 인구가 많다. 10년간 같은 자리에서 살아왔던 건축주 가족은 증축 공사를 의뢰하면서, 집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건축가의 깊은 이해부터 원했다. 게다가 집은 길가에 나 있다. 그래서 보안은 건축주 가족의 오랜 걱정거리이자 투자를 통해 가장 강화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한편 건축주는 3대로 구성된 5인 가족으로, 아이와 할머니 등 집에 더 오래 머무르는 구성원을 더 많이 배려한 집을 원했다. 낡은 집이었던 만큼 채광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지적했고, 전보다 풍성한 빛을 바란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거실에서 데크를 통해 연결되는 안뜰은 건축주의 모든 요구가 종합된 구역이다. 천창과 현관의 통유리 폴딩도어 이상으로 빛을 가득 흡수할 수 있는 지점인 동시에, 집의 내부이기에 안전하면서도 탁 트인 상태가 유지되는 곳이다. 언제든 아이가 뛰놀 수 있고 어른이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넓게 설계된 주방과 식당 또한 건축주의 가족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프로필 하우스는 원래 살고 있던 집을 바탕으로, 뒤 건물을 이어 붙여 증축한 프로젝트다. 덕분에 모든 것이 풍성해졌다. 면적은 물론 방과 창이 늘었고 빛도 늘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는 집의 원형이 어느 정도 보존되길 원했다. 건축주 가족의 추억과 역사가 깃든 집이자 앞으로도 오래 살아가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단행한 집이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그래서 집이 오래 가지고 있었던 외형을 거의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애쉬 패널을 외벽에 붙이는 것으로 생기 있는 변화를 가했고, 태양열 온수와 집수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으로 기술적인 지속가능성을 부여했다.


건축가에게 기대하는 것



 


모든 건축가는 건축주의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건축주 이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복잡한 건축법을 헤아리는 동시에 예산 문제에 관해서도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집을 새로 짓는다는 건 목돈이 들어가는 데다 거주자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기에, 모든 건축주에게 훌륭한 건축가를 찾는다는 것은 가장 신중해야만 하는 일이다. 프로필 하우스의 건축주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였고, 그들은 그래서 호주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건축 그룹 브리드 아키텍처에 문의했다. 하지만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던 브리드는 자신 있게 한 젊은 건축가를 소개했다. 2004년 공부를 마친 뒤 2009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한 앤소니 클락(Anthony Clarke)으로, 올해 프리츠커 상 수상자 반 시게루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스튜디오 설립 후 이루어진 그의 주택 작업 대부분은 저예산으로 분류된다. 호주 건축계는 그의 주택 작업을 꾸준하게 주목하고 있다. 지역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작은 공간을 진취적으로 개혁한 사례로, 합리적인 예산과 아이디어가 동시에 살아 있는 작업으로 높게 평가한다. 집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집의 내부를 쾌적하게 바꾸고 집을 둘러싼 거리의 풍경까지 아름답게 바꾼 프로필 하우스 또한 호주 건축계의 새 바람으로 통한다. 결과는 호주 내 여러 건축 시상식에서 수상으로 돌아왔다. 결국 프로필 하우스는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결과를 안겨준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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