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파트타임 근무로 휴무의 첫 주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난 문경으로 내려와서 신랑과 함께 지냈고, 길 잃은 강아지 마냥 방황하였다. ‘낭만적인 시골살이를 조금이나마 느껴보는 거야’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공사현장에 놓이니, 뭘 해야 될지 몰라서 신랑의 뒤만 쫓아다닌 거다.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라는 자신감은 그저 직장에 있을 때뿐이지, 시골에서는 내 할 일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어찌됐든, 이틀이 지나서야 시댁에서 도토리묵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내 할일이 있겠구나 싶었다. 서울에서 큰아버님(스님)도 오시는 걸 보면, 일의 내용도, 양도 꽤 많은가 보다. 방앗간까지의 거리가 조금 있으므로, 운전하는 며느리 노릇을 하기 위해 어머님과 함께 도토리 두 통을 싣고 방앗간을 다녀왔다. 곱게 빻아진 도토리가루는 물에 잠기게 둔 다음 큰 가마솥에 끓인 후 식히면 신기하게 묵이 만들어진다. 묵을 반찬으로 한 아침상에 모든 식구들이 둘러앉았다.
“꿀밤나무와 다른 건가요?” “상수리가 꿀밤 나무지.” “그럼, 참나무는 또 다른 건가요?” “상수리나무가 참나무과지.” 나와 스님과의 대화 중간에 동수 씨가 말을 건넨다. “이 그릇이 바로 참나무, 오크로 만들어진 거야...”
내가 아내이자, 우리 엄마의 딸 그리고 며느리라고 불리듯이, 상수리나무도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역할도 기특하다. 올해 같이 가뭄이 심한 해에는 사람과 동물을 위해 열매를 많이 맺는다. 나무의 빛깔과 강도도 좋아 목재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카페 출입문의 프레임이 고재와 오크로 만들어졌지.
가을날이면 꿀밤 줍는 게 아이들의 일과였고, 가마솥에 묵의 누룽지가 생기면 두루치기를 만들어 먹은 것이 그립다며 “도토리 주워봤어?”라고 동수 씨가 묻는데, 안타깝게도 나에겐 ‘그런’ 추억이 없었다. ‘탁, 탁’하고 지붕 위로 떨어지는 꿀밤 소리가 시골생활 시작을 반갑게 알린다.
글 그림 이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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