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디자이너 Julia Kononenko...트랜스포머가 된 가구

디자인 / 강진희 기자 / 2026-02-24 20:29:23

 

한 개인에게 직업적으로 접근할 경우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은 ‘왜 이 일을 하게 됐어요?’다. 이 질문을 받은 인터뷰이는 보통 이렇게 운을 뗀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줄리아 코노넨코 역시 그랬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좋아했어요.”

자연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

줄리아 코노넨코가 디자이너가 된 것을 두고 그녀의 가족들은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구도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많은 그녀의 부모님은 학업을 강요하기보단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덕분에 어린 그녀는 많은 시간을 자연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우크라이나의 광산 도시 니코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여름이면 공업도시 자포로제 근처 마을에 머물렀다.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제가 무언가 창조하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지는 몰랐어요. 그래서 제 의지라기보다는 선생님과 친구의 조언으로 하르키우 주립 디자인 예술학교에 진학해 산업디자인을 6년간 공부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선택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죠.”

고양이의 집사이기도 한 그녀는 자신의 고양이와 가족, 삶에서 늘 영감을 받아 작업을 이어간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 스탁과 일본의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의 디자인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특히 형태와 색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점토처럼 자유로운 창작 활동의 실현을 모토로 하는 넨도의 ‘형태의 철학’은 그녀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작업



가구는 우리 생활 속에 밀접히 들어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 함께 호흡하는 가구가 좋았고 또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가구 디자인을 시작했다. 미학적인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여러 쓰임을 가진 양질의 가구를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컨버터블 소파는 협소한 공간에 최적화된 가구다. 기본적으로는 소파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간단한 변형으로 6개의 작은 스툴이 있는 식사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한 구조와 정교한 디자인 때문에 나무, MDF, 금속, 플라스틱 등 여러 재료를 혼합해서 사용했고, 안정성을 위해 무게중심을 낮췄다.

런던 수로 컨셉의 개수대는 그녀에게 상과 인기를 동시에 안겨 준 작품이다. 옻칠한 적층 목재를 사용해 런던의 수로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했는데, 수도꼭지를 틀면 개수대는 문자 그대로 런던의 수로가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뜨거운 물을 틀었을 때다. 뜨거운 물에서 발생한 증기가 개수대 주변을 감싸며 런던의 악명 높은 안개를 재현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앞으로 다양한 도시의 지형을 활용할 생각인데, 첫 번째로 런던을 택한 것은 최초의 산업 제품이 출현한 곳에 대한 경의의 표시다. 이 개수대의 제품 버전에서는 원목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고 유리로 덮개를 만들어 실용성을 높였다. 

 


끊임없이 가구의 디자인과 실용성을 고민하는 그녀는 소비자가 아닌 ‘인간’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에는 소비할 것이 너무 많아서 자칫 잘못하면 단순한 소비자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죠. 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화려하고 편안한 걸 갖는 데 돈을 쓰기보단 제 작업을 발전시키는 데 대부분의 돈을 사용해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너무 가진 게 없는 삶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겐 풍성한 빛과 사랑이 있어요. 이렇게 지금처럼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요.”

 

[ⓒ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D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