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단풍나무집에는 자작나무가 자란다

건축 / 유재형 기자 / 2022-08-18 21:39:46
자작나무는 특유의 냄새를 이용해 벌레나 해충을 효과적으로 차단
환기에도 매우 효과적 기능 가져

내부 인테리어를 살피면 러시아 소나무 각개 목을 이어붙인 벽체가 그림처럼 걸렸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고깃집에 이로운 목재가 소나무라는 사실을 애써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냄새 잡는 나무의 대표주자격인 소나무는 진리인 셈이다.

수직선을 나뉘는 나무의 공간  


 


벽면을 장식하는 목재가 소나무라면 홀을 차지하고선 것이 시베리아산 자작나무이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난 자작나무는 특유의 냄새를 이용해 벌레나 해충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또 나무껍질이 백색에 가까워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과 더불어 시원한 이미지를 불러와 요사이 자연친화적 디스플레이용 소재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에게 자작나무를 떠올리는 단어 중 가장 친숙한 용어가 ‘자일리톨’이다. 충치를 예방하는 물질답게 항균 작용이 강해 고깃점에 쓰이는 자작나무 역시 옳다. 최근 수요가 늘자 자작나무를 기르는 강원도의 임업 농가도 느는 추세다.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는 데 이놈만 한 것이 없다. 대부분 생자작나무 몸통을 가져다 잎 부분만 조화로 대체한다. 상품은 손쉽게 인터넷 상에서 이십만 원 초반 가격으로 주문할 수 있다.

 

 

 

▲ 이태원 단풍나무집 내부. 자작나무로 공간을 나눴다.

 

▲ 이태원 단풍나무집 내부

 

인테리어 관계자에게 물으니 한국 땅에 커피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5년 이후부터 장식용으로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덤으로 얻은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초기에는 디스플레이용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물을 주는 바람에 자작이 곰팡이 나무로 변신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복도를 따라 사열하듯 자작나무가 일자로 늘어선 덕에 특별한 파티션이 필요 없을 만큼 넓은 공간은 효과적으로 분배되고 있었다. 고재 부위는 화이트 톤의 자작나무와 붉은빛의 소나무 각개 목의 중간 톤에 해당하는 브라운 색깔을 입혔다. 3가지 색의 조화는 풍부한 느낌을 전하며 시각적인 밸런스를 효과적으로 잡고 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콘셉트는 선의 수직적 배열이다. 소나무 각개 목을 위아래로 이어붙인 선의 배열과 바닥부터 천정까지 곧게 뻗은 자작나무, 화로 판의 연기를 빨아들이는 파이프의 수직적 움직임도 통일성을 가진다.


 

 


삼청동 단풍나무숲

삼청동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반응이다. 입구에 심어진 자작나무 한 그루와 철길 침목으로 층을 낸 계단과 정문, 그리고 정원 한쪽 편을 차지한 단풍나무가 예스러운 가옥과 어우러지는 곳. 단풍나무집의 단골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호기심에 이끌리고, 맛에 반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놀란다.”는 품평이 딱 맞아떨어지는 집.

전통 한식의 변화를 화로구이에서 찾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진 집이 단풍나무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세 곳, 삼청동과 이태원 그리고 강남 도곡동에 매장을 열고 세계 요리와 경쟁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는 하지만 우삼겸살과 불고기 메뉴는 이미 입소문을 타고 번져 내외국인 모두에게 두루두루 사랑받는 절정 인기메뉴로 자리 잡았다.

 

 

 


처음 단풍나무집을 설계할 때는 육류를 취급하는 곳이기에 매장 품격을 논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환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먼저 따랐다고 한다. 해법은 친환경 소재인 목재의 활용이었고, 미식가들의 품평에 의해 인터넷을 타고 분위기 좋고 맛 좋은 한식 전문점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비록 “화려하고 값비싼 서양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목재를 기반으로 한 개성적인 실내장식과 최상의 품질을 가진 고기를 선보인다는 전략은 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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