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진화한다... <동두천 아차노리 힐링타운>

건축 / 송은정 기자 / 2024-08-26 21:39:51
서까래가 강조된 중목구조
외부 마감재는 탄화목
한옥의 ‘홑집’ 유형을 응용

 

동두천시에 또 하나의 목조주택단지 ‘아차노리 힐링타운’이 세워졌다. 언덕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 이곳에 한옥을 닮은 현대식 주택 100여 채가 지어질 계획이다.

서울 중심부로부터 한 발작 뒤로 물러선다는 것은 곧 도시의 달콤한 수혜를 얼마간 포기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최신 정보와 원스톱 편의시설, 고급 인프라를 가진 교육환경으로부터 멀어지는 대신 이들은 개인의 삶과 그 주변에 더욱 집중한다. 이를테면 가족과 여가, 가까운 숲과 같은 것들 일 테다.

 


경기도 양평, 용인, 수원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전원주택단지가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원주택단지는 도시에 경제적 기반을 두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이들의 최종 종착지처럼 일면 보여 진다. 동두천시 송내동에 조성된 아차노리 힐링타운 역시 마찬가지다. 은퇴자부터 젊은 직장인 부부까지 이들 예비 입주자들의 연령과 배경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소망하는 바는 한 가지로 좁혀질 것이다.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다.

흔치 않은 탄화목 외벽


 

설계를 맡은 엑토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엑토건축)는 한옥과 저에너지 주택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아차노리 힐링타운에 지어질 목조주택 역시 그간 엑토건축이 진행해 온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한옥 특유의 공간구성과 지열을 이용한 난방방식이 주택 설계에 적용됐다. 3가지 타입으로 설계된 주택은 디자인의 변형을 통해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안채와 별채가 분리된 ㄱ자 형태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때 안채와 별채는 실외 데크와 2층 야외 테라스를 통해 이어진다.

무엇보다 설계 디자인이 3가지 타입으로 나누어져 있어 개인의 기호에 따라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차노리 힐링타운 단지 내에 조성되어 있는 세 모델하우스를 모두 둘러본 뒤, 내부 마감재와 같은 세부적인 옵션을 조정할 수도 있다.

 

 

고벽돌과 징크, 나무가 고루 쓰인 외관은 기교 없이 담백하게 떨어지는 디자인과 위화감 없이 어우러져 있다. 어느 소재에 더 비중을 두었느냐에 따라 세 타입의 주택이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데 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징크와 고벽돌이 많이 쓰일수록 모던하고 단단해 보이는 반면, 나무로 마감한 면적이 넓어질수록 훈훈한 기운이 더해진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적삼목이 아닌 탄화목을 외부 마감재로 선택했다. 무늿결이 좋은 낙엽송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눈비에 의한 변형, 병충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탄화목은 가압 고온 처리과정에서 영양물질이 감소되어 균류 및 충류가 번식하지 않아 잘 썩지 않는 장점이 있다. 비용이 다소 비싸지만 오랫동안 유지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손해 보지 않는 투자다.


늠름한 서까래가 강조된 중목구조

목조주택과 경량목구조가 거의 동의어나 마찬가지로 쓰이고 있을 만큼 국내에서는 대부분 경량목구조 공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일부나마 중목구조를 도입한 아차노리 힐링타운의 목조주택은 흔치않은 케이스다. 중목구조로 지어진 거실로 들어서면 아니나 다를까 천장의 서까래와 보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일부러 강조하지 않아도 한옥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거실 양쪽 벽에 설치된 전면창을 활짝 열면 바람이 솔솔 오가는 대청마루가 연출된다. 이때 거실은 야외 데크를 통해 앞마당으로까지 동선이 이어지면서 공간이 대폭 확장된다.

 


1층의 안방과 거실, 주방과 화장실은 한옥의 ‘홑집’ 유형을 따라 공간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가장 끝에 위치한 안방은 편백나무로 천장을 마감한 지붕 아래에 놓여 있다. 평평한 콘크리트 천장을 마주보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무지붕 아래에서 매일 밤 잠드는 산뜻한 기분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방에서 복도를 거쳐 거실을 지나면 주방으로 이어지는데 바깥 텃밭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뒤뜰은 그야말로 전원생활의 모든 로망이 실현되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그 정점이 바로 처마 아래 심어진 장독대와 아궁이다. 김치를 담그고 아궁이에 불을 떼는 소소한 행위에 대한 입주자들의 기대가 엄청나다고. 설령, 실천 대신 지긋이 바라만 보며 흐뭇해할지라도 말이다.

효율성 좋은 지열 난방 사용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을 표방하는 목표는 지열 난방과 고단열을 통해 실현됐다. 이는 엑토건축이 13년 동안 독거노인을 위한 집짓기 활동을 진행하며 축적한 노하우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넓은 보일러실의 확보와 비싼 초기 비용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지열 난방이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오랜 단열실험 끝에 얻었기 때문이다.  

 

 


단열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 역시 최대한 단순화시켰다. 목조주택의 경우 면과 면이 만나는 지점의 마감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 단열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창문에 3중 유리를 사용한 것 역시 효과를 높였다. 실제로도 주택이 완공된 뒤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확인한 결과 3중 유리와 바깥 사이의 온도차가 1도에 그쳤다. 기술이 좇아가지 못하는 과한 디자인을 앞세우기보다, 기본적인 기능을 지키는 쪽을 택함으로써 집은 더욱 ‘집다워’졌다.

 

 

 

▮ 건축개요

대지면적: 737㎡
건축면적: 146.68 ㎡
연면적 197.98㎡(44.61평)
건폐율: 19.90%
용적률: 22.33%
건물규모: 지상2층(지하 주차장), 지열보일러실 및 창고, 정자
구조: 경량목구조+중목구조
구조재: SPF 구조목, 삼나무 집성목
외장마감: 리얼징크, 고벽돌, 탄화목사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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