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감 중 하나를 잃고 그 잃은 감각을 최대한 사용해야만 하는 창작 활동은 청력을 잃고도 운명교향곡과 같은 명곡을 작곡한 베토벤이나 가능한 일인 줄 알았다. 뭐든 짧은 식견으로 재단하는 건 위험하다는 걸 Duncan Meerding의 작품을 보고 깨달았다. 시력을 잃은 그의 손끝에선 빛이 탄생하고 있었다.
Duncan Meerding의 또 다른 감각 세계

Duncan Meerding은 어느 날 한쪽 눈 일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 후 1년 사이에 그의 시력은 급격히 저하돼 그는 18살에 시력의 95%를 잃었다. 원인은 유전적 시신경 장애. 그는 시력을 잃은 직후의 시간에 대해 ‘전투’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래도 완전히 시력을 잃은 게 아니라 비교적 행운이라고 느꼈어요.”라고 했다. 현재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주의 호바트에서 5년째 가구 디자인 작업실 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비록 모든 사물을 명확하게 볼 수는 없지만, 그는 그가 볼 수 있는 어렴풋한 세상과 자신의 디자인 세계 속에서 나무에 눈 부신 빛을 담는 작업을 이어간다.
그가 왕성한 창작 활동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다. 날것의 재료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그에게 원초적인 기쁨을 선사했다. “제가 나무나 여러 재료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면서 느끼는 기쁨을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아마 저와 같이 무언가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기쁨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창작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창작의 전 단계인 디자인으로 그 영역이 넓어져, 그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태즈메이니아 대학에서 가구 디자인을 공부했다.
자연을 위한 디자인

그의 작업은 대부분 3차원의 모형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그의 생각이나 작업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최근 작업인 프로펠러 펜던트 역시 이러한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완성된 형태는 금속 버전이지만 그것의 초기 모델은 설계도면이 아닌, 합판과 목재로 만들진 모형이었다.

“나무는 제가 아는 가장 완벽한 물질이에요. 제가 보고 느끼는 나무는 무척 따뜻해요. 우리는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 나무의 삶을 읽을 수 있죠. 놀랍지 않나요? 또 나무엔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어요. 버려진 나무로 갈라진 통나무 램프를 만들 땐 갈라진 통나무 사이로 빛이 자연스럽게 휘면서 퍼져나갈 수 있게 하려고 디자인 단계부터 많은 공을 들였어요. 통나무를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아 같은 작업을 해도 모두 다른 모양을 한다는 점도 흥미롭죠. 나무와 다른 재료를 결합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이번 프로펠러 펜던트를 만들 때도 디자인의 마무리로 위쪽 꼭지 부분의 재료로 나무를 선택했어요.”
이처럼 그는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그렇게 자연에 빚을 지고 있는 만큼 그는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지속이 가능하다는 것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의미다. 자연은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듯 자연을 반영한 그의 디자인은 질리지 않는다. 또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재료의 탄소발자국까지 확인하는 세심한 마음을 가졌다. 그는 요즘 일회용 소비에 대해 생각한다.

“자신과 물건의 관계를 생각하면 일회용을 사용할 수 없을 거예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린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의 탄생 과정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자료제공 Duncan Meer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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