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현 개인전 <얼룩말의 솔올 탐방기>...꿈과 낭만의 말 달리자

아트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4-10-28 00:08:37
31년 만의 강릉 전시
찬란한 유년 시절로 안내하는 얼룩말의 동화
목조각 물성과 회화 세계와의 만남

 

 

강릉 소울 갤러리에서는 한국 목조각의 대표 작가 한선현 개인전 <얼룩말의 솔올 탐방기>가 열리고 있다.

한선현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나무의 물성에 스며들게 해 생명의 본성을 구축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강릉 전시에서는 얼룩말을 주제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아름다운 동화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한 작가는 유년 시절의 순수한 상상력과 경험을 농축해 말의 등에 새겨 넣었다. 소년의 꿈과 낭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어느 순간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가슴 한곳에 숨어 있다가 생의 한가운데로 솟아오른다는 사실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죽은 나무에서 생명의 뿌리를 채굴해 조각 세계로 이끌어 온 작가는 그동안 ‘염소’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예술 철학을 펼쳤다. 그는 특유의 은유와 해학으로 인간 심성의 근원을 일깨워 생활 예술의 가치와 철학을 설파했었다.


이번 전시는 작은 바닷가 도시 강릉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유명 작가의 지방행은 작가의 결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서울 중심의 전시는 차고 넘치는 가운데서 지방 도시로의 발걸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강릉 사람도, 소년・소녀도 여느 곳과 같이 자기만의 꿈을 꾸고, 미래로 여행을 떠난다.

 

 

 

<얼룩말의 솔올 탐방기>는 꿈으로의 여행을 주제 삼았다. 현대인의 가파른 삶의 질주는 이곳 강릉 사람들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작가는 이들과 함께 꿈꾸고 동화를 펼치기 위해 말을 달렸다. 31년 만의 강릉 전시는 작가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젊은 대학 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그 또한 자신만의 청춘 여행을 떠나왔는지도 모른다.

 

소울갤러리는 동물원의 동물로 가득하고 상상의 세계가 유감없이 펼쳐져 있다. 부모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동물의 여린 눈 안에 주저앉아 떠날 줄을 모른다. 관람객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면서 동화의 세계를 만끽하고 있다.

 

 

작가는 고단한 작업 속에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숨결로 조각해 생명을 돋우고, 긍정과 해학의 바다를 열었다. 그의 목조각은 상실한 기억을 일깨우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떠날 것을 부추긴다. 튼튼한 다리를 가진 얼룩말과 동행하는 것을 전제로...

전시는 갤러리 소울(강릉시 솔올로76 보성빌딩 1층)에서 12월 4일(수)까지 열린다.
(화, 수, 목, 토 11am~7pm / 금 11am~3pm / 일, 월 휴관)

▲ 한선현 작가
한선현 : 흰 염소를 좋아하는 한선현은 어릴 적부터 낙서 그림 그리기를 즐겨 하다 강릉에서 조각을 공부하고, 이탈리아에서 나무 스승인 Maestro Claudio Chiappini를 만나 목조각에 심취하여 목부조를 사사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였으며, 최근 서울에서 열여섯 번째 개인전 <가로수길 동물원>展을 발표했다. 1993년 강릉시 예맥 미술관에서 ‘인간’이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31년 만에 돌아오는 열일곱 번째 ‘강릉 전시’다. 그는 현재 고양시 화전동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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