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콘월의 숲 속에는 구부릴 줄 아는 남자가 살고 있다. 그는 고대에서 부터 사용되었던밴딩 우드(Bending wood)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 시켜 그 만의 수공예 밴딩 가구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영국의 젊은 가구 디자이너 톰 라필드(Tom Raffield)이다. 밴딩 가구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그이지만 자신만의 옛 것에 대한 소신은 굽히지 않는 디자이너. 겸손하고 수줍어 보이지만 자연의 야성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 톰 라필드를 만나보자.
어린 시절을 Exmoor라는 아주 야생에 가까운 시골애서 보냈다고 들었다. 당신에게 어떤 추억인가? 당신은 어렸을 때 Exmoor만큼 야생적인 소년이었나?
내가 생각하기엔 나는 꽤 자유분방한 소년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강가와 황야를 돌아다니고 탐험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런 나를 그냥 내버려두셨다.
당신은 그런 자유분방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어린 시절이 당신의 인생관과 작업스타일에 영향을 주었나?
그렇다. 만약 당신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고,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강요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 되는 것이 더 많아진다. 당신은 최선인 무언가가 아닌 당신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자유로운 어린 시절은 나를 이런 방식으로 사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작품을 보면 시골의 자유분방함과 야생성보다는 고급스러움, 우아함, 절제미, 심플함이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당신의 작품들은 금욕적이기 까지 해 보인다. 그것은 의도된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 쓰는 재료나 당신의 밴딩 기술이 만든 것인가?
나는 자연에서 처음 영감을 받고 내가 생각하기에 기능적으로 손색이 없고, 아름다운 것을 만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소규모 브랜드의 장점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모두 응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다. 만약 대중들이 내 작품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과정에 충실하지만, 그것의 노예가 되진 않는다.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3D디자인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스팀 밴딩 기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발전 시켰을 뿐 그것이 내 작업을 제약 하진 않는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다른 것이 있나?
콘월(Cornwall)에 사는 것! 콘월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바다에서 영감을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스팀 밴딩 기술과 그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모양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그럴 것 같았다. 그렇게 자연에 둘러싸여 그 것에 영감을 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닷가에 있는 Falmouth College of Art에 들어갔고, 당신의 작업실이 숲 한가운데 있는 것이겠다고 생각했다. 숲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것만큼 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녔을 거 같은데 당신이 갔던 숲 중에 가장 최고의 숲은 어디였나?
영국에는 환상적인 숲이 많다. 영국 국경선에 위치해 있는 웰쉬(Welsh)에도 아름다운 숲이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숲은 내가 살고 있는 콘월의 프렌치먼스 크릭(Frenchman’s Creek)이다. 이곳은 뒤틀린 오크가 우거져 있고 멋진 헬포드 강(Helford River)의 강둑에 위치하고 있다.
휴가에서 얼마 전에 돌아왔다고 들었다.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왔나?
영국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정말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캠핑을 하면 같이 보내는 시간을 즐겼다. 이런 시간을 아무런 제약 없이 보내는 것이 작은 사업을 하는 것의 큰 장점이다.
언제 부터 당신은 밴딩 우드를 시작 했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대학교에서 밴딩 우드라는 테크닉과 처음 만났고, 그 계기로 스팀 밴딩 이라는 테크닉을 실험하고 다양한 과정을 경험해 보았다.
밴딩 우드 기법의 장점과, 특별함을 우리에게 자랑해줘라. 무엇이 당신을 밴딩 우드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나?
밴딩 우드 기법은 끔찍한 점착제나 라미네이션 과정이 필요 없다. 그런 친환경적인 면이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밴딩 우드 기법을 사용하면 콘월에 있는 작업실 바로 앞에 자라는 나무로 작업을 할 수 있다. 다른 여타 공정이 없이 말이다. 스팀 밴딩 과정에 필요한건 나무만의 물성에 대한 경의와 스팀에 필요한 파이프와 버팀 쇠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작업하는 사람의 테크닉이다. 나무가 한번 스팀을 쐬고 나면 정말 빠른 손놀림으로 작업해야한다.
당신이 발명한 Bag Technique으로 인해 당신이 머릿속에 그리는 복잡한 3D형태도 구현이 가능해 졌다고 들었다. 그것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나무를 증기가 가득한 방에 넣어놓는 방식 대신에, 그것보다는 작은 포대자루를 이용해 나무에 증기를 쐰다. 이 Bag Technique으로 내가 의도한 부분에 증기를 쐬고 바로 밴딩이 가능하다. 그 덕분에 나는 더욱 더 복잡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한 나무 판에 여러 밴딩이 가능하다. 이 테크닉은 조형적인 작업을 할 때 좋다. 조형적인 작업들은 대부분 아주 재빠르게 밴딩을 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는데 그런 작업에 유용하다.
처음 영감을 받고, 시작하는 단계부터 직접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
Butterfly Pendant를 예로 설명해 보겠다. 나의 디자인 작업은 항상 아름다운 형상으로 부터 시작된다. 나는 예전부터 나비의 선에 감탄 해왔다. 그 조형적인 면을 조명을 만들 때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의 밴딩 테크닉이 그에 맞는 멋진 곡선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 때부터 나는 몇 주간 디자인 스케치 작업을 하고 내 생각을 직접 시험 해본다. 조명에 의해 생길 그림자까지 고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조명에 알맞은 기능과, 조형적인 면을 조율하며 디자인이 완성 된다. 나는 디자인이 완성되면 알루미늄 판으로 먼저 습작을 만들어 본 다음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되면 나무로 만든다. 각각 단계마다 안에 전구를 켜보며 내 생각대로 그림자가 아름답게 떨어지는지 확인한다. 직접 3D작업을 해봐야 알 수 있는 문제점들을 알아보는 과정인 중요한 과정이고 힘들지만 즐거운 과정이다. 그다음엔 직접 밴딩 우드 기법으로 실제작업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들과 충돌하며 디자인이 조금 바뀐다. 작업할 때의 효율성도 고려하지만 미적인 부분은 타협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한다.
당신의 작업을 디자인하고 만들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적인면이다. 나는 또한 내 작업이 오래도록 사랑받고 가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며 작업한다. 내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사람들이 우리 작업을 볼 때 참 공이 많이 든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우리 작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준다. 작업을 할 때도 높은 기준을 가지고 최상의 조건으로 하나하나 만들기 때문에 견고하다.
미카엘 토넷(Michael Thonet)이 만든 “비엔나 의자”라고 불리는 은 최초의 공장 생산형 밴딩 우드 가구다. 이제 까지 8억 개가 넘게 팔렸다고 측정된다. 이 의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가 세운 TON은 큰 회사가 되었고, 여전히 핸드메이드 밴딩 우드 가구를 만들고 있지만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가구라고 보기엔 힘들다. 무엇이 당신이 장인정신을 유지하게 만드는가?
나는 그 의자가 정말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나와 내 친구가 지역 벼룩시장에서 이 의자를 단돈 5파운드에 파는 것을 보고 낚아채듯 사버렸다. 정말 운이 좋았다. 토넷은 스팀 밴딩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는 스팀 밴딩은 그저 배를 만들 때 사용하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스팀 밴딩 가구에 뒤를 따라 가격이 싼 라미네이팅 기법이 생겨났고 수치스럽게도 스팀 밴딩 기술은 DIY 신봉자들이나 쓰는 기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들이 소규모 브랜드와, 지속가능성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친환경적인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우리 브랜드에게는 상업적으로 좋은 시대인 것이다. 나는 장인 정신은 나무의 물성 그대로를 사랑하고 그것을 그대로 살려 작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작업에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토넷도 그랬다고 생각한다. 장인정신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만들 때 드는 시간이 짧든 길든 그것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만이 장인 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나도 나무로 작업하는 사람치고 인내심이 많진 않은 편이다. 그래서 시간이 비교적 덜 걸리고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스팀 밴딩 기술이 좋은 지도 모른다!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젊은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철학을 계속 유지 하고 작업 해나가기에 천국인 곳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속도와 최신 트랜드를 신봉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는 당신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나의 소규모 사업의 성공은 대중들이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적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이 좋게도 나는 힘든 시간을 겪은 적이 없다. 우리는 런던에서 열리는 Seeking Slow(느림 찾기)라는 이벤트에 참가할 것이다. 이 이벤트에서는 대량생산품이 아닌 단순한 것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사람들의 모든 활동을 볼 수 있다. 콘월에는 자연물과 재활용 재품으로 아름다운 수공예 품을 만드는 작은 사업들이 많다.
디자인을 할 때 당신은 시장성을 고려하는가?
나는 그것을 의도하거나 원한 적은 없지만 내가 만들 것들이 사업을 유지시키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와 같이 일하도록 하는 작업이 되어 왔다.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또한 사람들이 사고 싶게 하고 값을 지불할 충분한 작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그 값을 한다. 시간, 재료 그리고 내가 그것을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한 디자인들이 그에 합당한 가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생각 하는가,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내가 타고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만 의도적으로 디자이너처럼 굴려고 한다. 나는 자연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을 추상적인 형상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내 안에 있는 디자이너를 찾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내 의자와 조명이 있다. 나는 실생활에 유용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장인정신이 제대로 발휘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몇 개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맞춤 작업과, 세트 상품을 위한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또한 두 명의 견습생과 함께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모든 기술을 사용해 크리스마스 썰매를 만들고 있다.
작업하는 것 이외에 당신이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나는 두 명의 아이가 생겼다. 둘 다 아들인데 요새 그 두 명과 나의 아내, 데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는 자연 속에서 하는 모험을 좋아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물가를 노닐고 자전거를 타고 서핑 하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숲속에서 같이 운동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다음엔 무엇을 할 것인가?
최근에 2명의 직원을 더 고용했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작업을 하며 새로운 마켓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유럽 밖에서도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또한 아시아에서도 요청이 많다. 나는 그곳에도 특별한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믿고 나의 디자인을 계속해서 밀고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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