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물일목(一物一語) 나무작가, 김민욱

공예 / 장상길 기자 / 2020-06-14 01:24:21
‘특별한 소재’, ‘담백한 생각’, ‘밀도 있는 작업’
나무가 가진 본연의 정서를 표현
‘목격(木格)’을 존중하는 태도

 

김민욱에게 나무 작업은 하나의 사물을 찾는 것과, 사물의 형태를 다듬는 자신이 손이 멈출 때를 놓치지 않는 정서의 흐름이다. 그에게 나무는 디자인의 출발점이자 나무일에 쏟는 여정의 완성 그 자체인 셈이다.

하나의 사물에는 오직 하나의 명사만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처럼 하나의 나무에 어울리는 사물의 형태는 단 하나 뿐이라고 믿는 그의 고집은,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랄 데가 없는 배려다. 디자인을 표현하기 위한, 혹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대접하는 게 아니라 나무의 ‘목격木格’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산업화 시대의 상품 생산 논리로 보자면 한없이 비합리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의 나무 중에 똑같은 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치로 따지자면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처럼 하나의 나무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는 단 하나일 수밖에 없는 그의 주장은 옳다.


김민욱의 작품은 ‘나무의 살점들’로, 나무의 질감이 형태에 눌리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무 본연의 정서를 지키려는 그의 단순명료한 디자인이 덕분이다. 

 

 

 

김민욱은 자신의 손끝이 ‘맵지’ 않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공예의 완성도를 추구함에 있어 치명적인 결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이 문제를 그는 돌려서 이해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타협했고, 디자인을 전공한 자신의 DNA가 이 업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그가 나무의 뼈와 살점 그 자체를 조형적 디자인의 완성도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나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 그 귀 기울임에 기교를 담겠다는 욕심을 버릴 것, 담백하게 나무를 바라보고 다만 자신의 손을 잠시 빌려줄 것. 그의 얘기는 대충 이런 식으로 풀이된다.

 

 

 

 

 


‘특별한 소재, 담백한 생각, 밀도 있는 작업’을 슬로건으로 김민욱은 나무를 바라보고 그 살점들을 어루만진다. 대지에 뿌리내리고 숨 쉬던 위대한 생이 거기에 있다는 걸 그는 겸손하게 받아들인다. 그의 손끝에서 나온 목물(木物)들에서는 그의 마음이 읽힌다. 한 덩이의 나무가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주고,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익히 경험했을 그가 세상에 내보이는 나무는 그래서 그의 마음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사 모은 나무들이 해운대의 대기에 숙성되며 켜켜이 쌓이기를, 행복한 목수로 ‘일물일목설’의 철학을 한땀 한땀 완성해가기를 기대해본다. 숙성이라는 인고를 견딘 뒤에 대지에 누워서도 견고한 한 덩이의 나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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