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콘셉트로 한 인테리어는 더 이상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작업이 한시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일정한 맥락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무를 메인 소재로 사용해 인테리어 작업을 한 메이드인(MADE 人)의 소장 윤종현의 움직임이 그러하다.
그가 작업한 신사동의 성형외과를 인터뷰 장소로 굳이 선택한 것 역시 나무를 대하는 그의 속내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무로 벽과 천장을 휘감은 공간에서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쓰인 수종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 저희가 지금 앉아 있는 병원 대기실의 천장과 벽면만 보아도 나무가 제법 쓰였습니다.
벽면의 루버와 천장 일부는 애쉬로 마감했습니다. 비용이 꽤나 들었죠. 한번은 제가 없는 사이에 인부가 락커 칠을 해버렸더라고요. 결국에는 다시 샌딩을 해서 칠을 모두 벗겨냈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색이 자연스럽게 변하고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병원이 건조해서 약간의 수축은 생길 수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 외에 천장에 일렬로 나란히 이어 붙인 것은 미송 각재이고요. 원목을 일일이 절단한 다음에 일정한 간격으로 시공하느라 손이 제법 많이 갔어요. 2명이서 꼬박 일주일 동안 작업했죠.
- 나무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에 앞서 인테리어를 시작하신 계기를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금속공예를 전공하셨고요. 말하자면 전향을 하신 셈인데요.
금속공예를 공부했으니 자연스럽게 그 분야에서 일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졸업을 한 뒤에 몇 년 동안 공방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그때 다양한 소품을 만들고 판매를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인테리어를 경험하게 됐죠. 당시에는 거창하게 인테리어를 한다기보다 단순히 공간을 꾸민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점차 금속공예와는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경제적인 이유가 앞서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하게 됐고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금속공예의 작고 소소한 작업을 확장시켜 공간화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 보이는 유리문 안쪽의 무늬도 시트지가 아니라 금속 조각물을 삽입한 것들이에요.
- 지난 일련의 작업을 살펴보면 유난히 나무가 눈에 띕니다. 강남 의류매장의 콘셉트는 ‘자연’을 직접적으로 내세웠고요. 자연과 나무에 특별한 애정이 있으신가요.
- 금속공예를 전공하셨다보니 나무의 장단점을 더욱 예민하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유리나 철, 콘크리트와 같은 차가운 느낌의 인공적인 재료에 비해 나무, 돌 등의 자연재료가 인간과 보다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지요. 공간의 사용자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해준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나무가 확연히 유리한 지점이 있습니다.
- 직접 발품을 팔며 나무를 고르신다고 들었습니다. 가격과 질, 강도 등 여러 조건 가운데 무엇이 최우선입니까.
착한 가격을 원합니다.(웃음) 인천으로 가서 직접 살피는 것도 공간의 콘셉트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목재를 찾아내기 위해서이고요. 매번 디자이너가 원하는 수종을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부족한 예산을 안고서 의뢰를 합니다. 문제는 실제 예산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지점에서 발생하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가령, 공간에 필요한 원목과 가장 비슷한 무늬와 색상, 강도를 가진 저렴한 수종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몫이지요. 물론 가격만을 좇아 질이 떨어지는 목재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요. 기능적으로 적합해야 합니다.
- 원목과 일반 합판은 어떻습니까.
공간에서 사용자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곳에서는 원목을 선택합니다. 반면에 사용자와 떨어진 주변 부분에서는 일반 합판을 사용하고요. 예를 들면, 가구는 원목으로 만들고 벽체나 천장은 합판을 쓰는 식이지요.
- 즐겨 쓰는 수종이 따로 있으신가요.
작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따뜻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오크나 자작나무를 사용합니다. 조형적인 작업을 할 때는 스프루스를 선호하고요. 나무가 연해서 가공성이 좋고 손맛을 느낄 수 있거든요. 채색을 하지 않아도 나무의 부드러운 성질이 잘 드러나고 색상이 밝아서 조명과도 잘 어울립니다.
윤종현 | MADE 人 디자인연구소 소장이자 밴드 ‘디자이너스’의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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