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그룹 아엘시즌과 일렵편주 공동 주최
성곡미술관에서 3월25일부터 4월 4일까지 열려
안동 <농암종택>의 실천 가훈 ‘적선(積善, 선을 쌓다)’은 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두루 이롭게 하는 업을 쌓는 일이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지만 사람이 행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박애와 긍휼의 선을 쉼 없이 쌓는 일이다.
전시에서 사진가 이갑철은 안동 농암종택의 사위와 사물을 밀도 높은 먹의 세계로 적선을 이미지화했다.
‘적선(積善)’은 매일 실천해야 하는 행동강령 이전에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내사(內思)와 좌망(坐亡)의 철학적인 의미를 지니면서 온전한 삶을 위한 고행의 한 방편이다. 온유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몹시 아끼는 품성을 마을 공동체가 공유함으로써 적선은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는다.
이는 무심한 태도로 잡념을 버리고,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삶 속에서 진리를 밝히기 위해 어부의 서사이자 선행의 세계다
.
이로운 먹의 세계
이갑철은 농암종택의 사위와 내밀한 사물에서 포착한 찰나의 순간을 적선의 성리(性理)로 추상하고 축적했다. 그의 사진은 닳고 사라지고, 여물고 흩어지는 풍경의 그림자는 먼 바다를 떠다니는 돛단배의 적요와 망각의 시간을 담고 있다.
그의 회화적 풍경은 평화로운 피안 세계의 초입으로 이끄는 먹먹한 힘이 도사리고 있다. 흔적과 징후의 먹빛 채색은 선의 겹을 파고들어 안도와 위로의 시공간을 펼친다.
이갑철은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며 삶의 정한과 끈질긴 생명력을 사진에 담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전시로는 1988년 서울 경인미술관의 '타인의 땅', 2002년 금호미술관의 '충돌과 반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등이 있다.
또한, 미국 휴스턴의 '포토페스트 2000', 프랑스 몽펠리에의 '한국 현대 사진가 초대전' 등 국제 전시에도 다수 참여했으며, 현재 프랑스 뷰Vu 갤러리 소속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24년에는 로마에서 불가리 브랜드의 촬영을 진행하며 그의 예술적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하였다.
이번 전시 《적선積善하다》에서 그는 흑백 농담으로 농암종택 자연 풍경과 사물을 추상화 해 예술에 있어 적선의 의미와 형식을 해석했다. 깊은 먹의 세계를 통해 독창적인 시각과 감성이 적산되는 일련의 추이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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