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그대로의 조명, BICHO

공예 / 김수정 기자 / 2026-07-16 10:00:09

 

제각기 뻗어 있는 가지들은 제 이름처럼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하다. 나뭇가지 속으로 파고든 붉은 전선은 생명을 불어넣는 혈관과 다름없어 보인다. 건축가이자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마르티노 피타(Martinho Pita)는 안식년을 맞아 자신의 활동 기반인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떠나 아버지가 머물고 있는 시골로 향했다. 이곳에서 그는 아버지와 함께 평범한 나뭇가지를 조명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을 익히며 본격적인 조명제작에 몰두했다.

식물로 태어나 동물이 된 사연 


 

마르티노 피타는 숲을 어슬렁거리며 야생의 거친 상태가 온전히 남아 있는 나뭇가지들을 찾아 나섰다. 햇볕을 받지 못해 푸르죽죽한 이끼가 거죽처럼 붙어 있는 놈(?)들은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즉시 포획됐다. 주로 포르투갈산 오크였다. 오래 전부터 장작을 피우기 위한 용도로 포르투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수종이다.

재밌게도 자연에서 작업실로 옮겨진 나뭇가지들은 하나같이 생명력 넘치는 동물의 생김새를 하고 있다. 머리와 꼬리를 바짝 세우고서 위협을 가하는 뱀을 닮았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아프리카의 초원 위를 사뿐히 가르는 톰슨가젤처럼 보인다. 다리와 목이 좀 더 길쭉한 녀석은 한눈에 보아도 기린이다. 나무는 엄연히 식물이거늘,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얼굴을 띠고 있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자연의 품에서 나고 자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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