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1세대 목공 아카데미의 마이스터 김홍국

공예 / 서바름 기자 / 2025-10-10 15:04:06
디자인 중심의 목공 교육과 선비의 철학을 담아내는 목수를 양성하는 유니크마이스터
▲ 유니크마이스터 김홍국 마이스터(사진 왼쪽)와 보리공방 신성현 대표(사진 오른쪽)

 

다섯 번째 릴레이 인터뷰 주자는 국내 1세대 목공 아카데미를 선도한 유니크마이스터의 김홍국 마이스터다. 디자인 중심의 교육을 추구하는 유니크마이스터와 다년간 주문제작 가구를 만들며 쌓은 기술적 내공을 전수하는 보리공방. 디자인과 기술, 각자 중점을 두는 방향 다르지만 결국 ‘좋은 가구’를 만들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를 향한 교육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가구에 어떤 생각을 투영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신성현(이하 신) 10년간 주문제작 가구만 만들다가 작년에 교육을 시작했다. 보리공방에서는 완성도 있는 가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교육이 진행된다. 특히 내가 주문가구를 만들면서 겪고 느꼈던 실질적인 부분을 교육을 통해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유니크마이스터는 어떻게 시작했나?
김홍국(이하 김) 나 역시 처음에는 혼자 가구 작업만 했다. 그러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에 공방을 열기로 마음먹었고 주변 공방에 자문하러 다녔다. 그런데 모두 하지 말라는 조언뿐이더라. 왜 다들 어렵다고만 할까 고민을 해보니, 당시 모든 공방이 ‘자기만의 색’이 없었다. 그래서 나만의 색을 낼 수 있는 재미있는 공방을 열어보기로 했다. 그때의 목공 교육은 기술 중심이었는데, 나는 디자인 중심으로 교육을 풀어보고자 했다.
신: 디자인 중심의 목공 교육도 신선했지만 목공 아카데미 시스템을 도입한 게 유니크마이스터가 처음이다. 일반 교육 목공방과 유니크마이스터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디자인 교육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기능이나 실용에 중점을 두고 제작 기법에 집중하기보다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가구에 어떤 생각을 투영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교육은 디자인 50%, 목공기술 50%의 비중으로 진행된다. 또 한 명의 공방장이 모든 수업을 병행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로 여덟 명의 강사가 전문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현재 커리큘럼에서는 목공기초, 가구 디자인, 2D, 3D 프로그램, 가죽공예, 금속공예, 사진촬영, 마케팅 수업을 진행한다. 이런 체계가 다른 목공방과 차별성을 가지는 것 같다.

신: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목공기술은 작업할수록 노하우가 쌓이는 데 비해 디자인은 매번 새롭게 막히고 부딪힌다. 디자인에 대해 갈증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 다시 공부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다. 수강생들에게 디자인을 풀어가게 하는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자신이 가구에 담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수강생 중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는 친구들도 있고, 아무것도 없이 오는 친구들도 있다. 아이디어를 그려온 이들에게는 왜 이렇게 디자인을 했냐고 묻는다.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다보면 자연스레 더해야할 것과 빼야할 것, 가능한 것과 불가한 것이 갈라진다.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이들에게는 연상 교육부터 시작한다. 좋아하는 사진이나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그걸 가구로 표현하게 한다. 추상적인 작업 같지만 끈덕지게 소통하고 표현하다보면 그 이미지를 담은 가구가 나타난다.

 


“안 된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우선 디자인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이야기를 들어야한다”

신: 보리공방은 디자인에 대한 접근 자체가 유니크마이스터와 다르다. 생각을 표현하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방법이 아니라 가구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비례나 디테일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디자인을 풀어가는 구체적인 교육이 진행되지 않아도 1년이란 시간이 부족하다. 1년 동안 수강생에게 디자인과 목공기술을 모두 가르치는데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나?

김: 당연히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목공기술을 중시하거나 그것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소 비판의 요소가 되는 게 우리 커리큘럼의 비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교육공방과 똑같이 기술 쪽으로 치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디자인 아카데미라는 콘셉트를 잡고 이곳을 운영했기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된다. 1년이란 시간이 두 가지 영역의 교육을 완벽하게 해내기 힘든 시간이다. 기술 쪽에서 조금 부족함이 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교육을 더욱 심도 있게 하는 것이 유니크마이스터의 교육 방향이다.

신: 수강생들의 수준에서 기술이 부족해서 구현하지 못하는 디자인을 그려왔을 때는 어떻게 하나?

김: 안 된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우선 디자인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이야기를 들어야한다. 만약 구현하기 어려운 디자인이라고 해도 디자인의 설계가 합리적이고 수용할 수 있는 스토리라면 수강생과 내가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고 고민한다. 나 나름대로 지인들에게 전화해가며 자문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상 아무리 난해한 디자인을 그려 와도 결국엔 다 풀어낼 수 있더라.

 


“조선의 목가구를 디자인 한 계층은 선비였고…선비의 역할을 오늘날의 목수들이 해야 한다”

신: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조선의 목가구를 디자인 한 계층은 선비였고 그 디자인을 구현한 건 목수였는데 지금 이 세상에는 선비가 없다. 선비의 개념이 사라진 건 물론이고 생활의 철학이 가구에 담기지도 않는다고. 옛날 선비의 역할을 오늘날의 목수들이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더라. 그 말이 좋았다. 인터뷰에서 했던 말씀처럼 수강생들에게도 선비의 역할을 하는 목수가 되는 교육을 하는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색깔을 찾는 건 각자가 독립해서 해야 하는 일이고 이곳에서는 가구에 어떤 철학을 담아야 하는지 그 철학을 정립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그렇다. 여기서 1년 커리큘럼을 마친다고 해서 자신의 색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철학을 만들어주는 교육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난해하다. 일단 사람들은 철학이라고 하면 너무 어려워한다. 선비처럼 가구에 철학을 담는다는 건 어떤 생각을 하며 가구를 완성해나갈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유니크마이스터라는 내 작품은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

신: 디자인 교육에서 벗어나 마이스터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싶다. 사실 예전에 목공을 배웠던 곳의 공방장이 가구를 만들지 않았다. 그 점은 공방장을 따라가는 수강생의 입장에서 불만 사항이기도 했다. 그런데 김홍국 마이스터 역시 최근에 작업 활동을 하지 않으신다고 들었다. 왜인가?

김: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가슴이 뜨끔할 때도 있지만 나는 지금 아카데미를 만드는 것도 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물이 가구냐 커리큘럼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공방장은 꼭 가구로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편견을 깼으면 좋겠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개인전을 열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야 작가 인정을 받는다고. 그런데 그 평가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며 누가 인정해야 하는 평가인지 의문이다. 유니크마이스터라는 내 작품은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 어느 교육 목공방도 인터뷰를 봐서 수강생을 뽑는 곳은 없다. 그만큼 나는 수강생들에게 최선의 커리큘럼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민한다. 한 편으로는 내 작업을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수강생들을 받쳐줘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에너지 소요가 굉장하다.

신: 어디에 집중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마이스터가 가구 작업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가 비난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유니크마이스터는 외부에서 평가되고 있는 모습보다 직접 와서 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체계가 견고하고 교육의 짜임도 훌륭한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디자인 위주의 교육을 저평가 하는 시선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나도 많이 들었다.

김: 사실 안티 유니크마이스터가 많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다른 입장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런 외부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지켜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교육자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는 다른 시선을 알려줄 의무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종 품평회에 다른 사람들을 초빙해 평가를 받도록 하고 기술 중심의 교육을 하는 분들을 모셔와 특강을 열기도 한다.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신: 맞는 말이다. 다름은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유니크마이스터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보리공방은 기술을 중심으로 교육하는데 무엇에 중점을 두었느냐가 다를 뿐이지 ‘좋은 가구’를 만들기 위한 지향점은 같은 것 같다.

김: 그렇다. 결국엔 가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앞으로는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도 멋진 목공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가고 싶다.

 

 

** 릴레이 인터뷰 주자 : 박종선 →조용무→이인원→아티작→신성현→김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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