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록, 더글라스 퍼, 스프러스는 소나무가 아니다

라이프 / 유재형 기자 / 2022-02-14 19:37:21
뉴송(Radiata pine)만이 진짜 소나무
원목으로 휨 강도는 90N/㎟ 이상
목재 함수율이 15% 이하일 것
▲ 도심의 벤치. 페인팅을 하지 않는 곳은 목재의 본모습을 읽을 수 있다.

 

 

도심 공원에서 만난 햄록 벤치. 페인트를 뒤집어선 모습이 흉물스럽다. 용감한(?) 주민에 의해 한 줄을 남기고 저지당한 듯 그만 유일하게 솔리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그 옆에 남은 페인트에는 스티커로 ‘나무색’이라는 알 듯 말 듯한 색채를 묘사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누가 더 무식한 놈인지 모를 만큼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는 이 주민은 연방 혀를 차고 있었다. “도통 말이 통해야지 말이죠. 이해를 못 해요. 이해를. 이거 한 줄 남겼으니 오다가다 비교해 보겠죠. 그러면 깨달을 날이 오겠죠.” 주민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공원 밖으로 사라졌다.

벤치, 초등학교 때 운동장을 둘러싼 벤치가 떠오른다. 무지개색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또 그 위에 니스 칠까지 마친 날이면 장학사가 오는 날이었다. 소나무 벤치는 그렇게 우리 기억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벤치에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 옥외용 벤치의자에 사용하는 재료의 규격(KS G 4213 옥외용 벤치)을 살펴보면, 목재 재질은 몸체의 강도와 내구성이 충분한 원목으로 휨 강도는 90N/㎟ 이상이어야 하며, 함수율이 15% 이하일 것. 휨 강도 측정은 KSF 2208(목재의 휨 시험방법), 함수율 측정은 KSF 2202(목재의 평균 나이테 나이)에 규정하는 방법에 따른다.

공원에 들어가는 벤치의 목재는 미송과의 햄록, 더글러스 퍼 등의 목재로 많이 바뀌는 추세이다. 벤치 하나에 들어가는 목재는 평의자는 대략10~15사이(才) 등의자는 대략 13~20사이(才) 정도 소요된다. 가격으로 따지자면 대략 30만 원 안팎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원목시장에서 미송(美松)이라 부르는 것은 북미에서 수입된 햄록을 지칭한다. 미송은 미국에서 수입된 소나무라는 뜻으로, 햄록, 더글라스퍼(Douglas fir), 스프러스(Spruce)를 모두 미송으로 불린다. 이는 1960~1970년대 세 수종을 수입했던 업체 관계자들이 나무껍질이 모두 소나무와 비슷했기에 통칭해서 미송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사용하는 사람 모두가 이 세 수종을 구별할 줄 몰랐고, 한가지 수종인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햄록과 더글러스퍼와 스프러스는 서로 다른 수종이란 것을 알게 됐고, 이때부터 더글라스 퍼는 더글라스, 스프러스는 스프러스라고 부르고, 단지 햄록만을 미송이라고 불렀다.

김상혁 미디어우드 고문을 말에 따라면 “은밀히 따져보면 햄록도 소나무는 아니다(소나무과(科)이기는 하지만). 고양이과인 호랑이가 고양이가 아닌 것처럼, 스프러스(Spruce)도 소나무는 아니다(역시 소나무과). 그런데 누가 그렇게 부르자고 시작한 것도 아닌데, 원목시장에서는 그렇게 부르고 있다. 심지어는 캐송이라는 것도 있다. 캐나다 스프러스를 일컫는 말이다. 뉴송(Radiata pine)만이 진짜 소나무이다. 어찌 됐든 미송은 햄록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고, 이제는 누구나 다 그렇게 알고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햄록은 주로 서부 햄록이다. 서부 햄록이 동부 햄록보다 품질이 좋고 가격도 비싸다. 햄록은 훌륭한 목재이다. 관리만 잘한다면 벤치로 손색이 없다. 미국에서는 보존처리해서 철도 침목으로도 이용하고, 데크재로도 사용한다. 귀찮으면 페인트? 그 속에는 아무런 문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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