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근원적 재료성과 물의 족적을 일체화 작업을 구사하는 작가 사이토 유나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흙에 물을 주입하고 성형한 후 건조, 소성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는 과정을 회화로 대체하는 사이토 유나의 작업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 한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있다.
이는 유약을 머금은 흙의 물성과 물의 유기적 흔적을 추상하는 것으로 작가의 의지나 간섭을 철저히 배제하고 자연의 흐름을 전적으로 수용한 비간섭주의 작법을 통해 방치와 방관이 주체가 되는 사이토 유나만의 작업 방식이자 철학이다.
도자작가로서 식기나 오브제도 만들지만 전체 이미지의 흐름 또한 무간접 기법에 의한 회화주의 표현형식이 일정하게 표류함으로써 사물과 회화가 하나의 이미지 군상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기운은 ‘물의 족적’이 생성하는 자연주의 생태 현상이 공간을 지배한다. 이런 기류는 깨진 도자기 파편마저 낯설지 않고 일관된 감각으로 관람객을 자극한다.
흙을 통과한 물의 흐름이 창조하는 자연주의 기법은 작은 소품에서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가변적 이미지가 작품의 맥락을 이루면서 도자의 공예적 기법이 기폭제가 되는 것으로 작가의 독창적 세계는 점차 견고해지고 있다.
사이토 유나는 일본에서 도자기를 전공하고 한국에서 석사를 마친 후 신당 레지던스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2023년 한 해를 보냈다. 그것을 계기로 한국에서 다수의 단체전과 6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또한 ‘2023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한 주목받는 신예작가이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성북동 다음티하우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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