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DF 윈도우 갤러리에서 8월 5일부터 8월 30일까지 열려
- 물감처럼 다룬 유리 공예의 진수 선보여
투명한 유리를 캔버스로, 색유리를 물감 삼아 회화적 표현을 시도해 온 박대현의 유리 조형 작업을 기(器) 형태의 입체 작품과 평면 작업으로 나란히 선보인다.

전시 제목 《그려진 듯, 남겨진》은 붓이 아닌 열과 유리로 그린 것으로 뜨거운 유리가 어느 순간 그대로 굳으며 남은 색의 흔적에서 비롯되었다. 청주대학교에서 공예디자인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아트&크래프트로 석사 학위를 받은 박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감정과 생각을 그림으로 기록해 온 습관을 유리 소재로 옮겼다. 작품의 표면에는 색이 녹아들고 겹치고 스며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물감이 번지는 순간이 그대로 굳어 회화의 기조를 이룬다.
작업의 기반이 되는 기법은 무리네(Murrine)다. 여러 색의 유리를 하나의 뜨거운 덩어리로 합쳐 길게 늘이면 내부의 색 구조가 유지된 채 얇고 긴 유리봉이 만들어지고, 이를 단면으로 잘라내면 색을 품은 조각이 된다. 전통적으로는 이 조각들을 붙여 꽃이나 기하학적 문양을 표현하지만, 작가는 특정한 패턴을 만드는 대신 색이 다른 유리를 의도적으로 뒤섞고 접고 비틀어 단면마다 예측하기 어려운 색의 혼합이 나타나도록 한다. 이렇게 만든 조각들을 배열해 하나의 판으로 결합한 뒤 파이프에 말아 올려 입김을 불어 넣는 블로잉(Blowing)으로 형태를 잡고, 충분히 식힌 후 연마와 샌딩 등 콜드 워킹(Cold Working)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통제 밖의 일들. 색유리에 든 금속 산화물이 서로 섞이며 예상하지 못한 색이 나타나기도 하고, 유리의 경도에 따라 녹는 온도와 늘어나는 정도가 매번 달라지기도 한다. 유리봉을 뽑을 때 접는 횟수를 미리 정해두지 않는 것 역시 예상치 못한 텍스추어를 얻기 위한 선택이다. 추상표현주의의 즉흥성과 우연성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는 이러한 우연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작품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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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대현《그려진듯 남겨진》 |
완성된 작품에는 감정 상태가 이름으로 붙는다. 가을의 여운을 담은 적갈색의 〈Memories of Autumn〉, 잔잔한 속삭임 같은 푸른색의 〈Whispering Blue〉, 평온한 초록의 들판을 떠올리게 하는 〈Peaceful Meadow〉가 대표적이다. 작가는 특정한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 남아 있는 감정을 기록하고자 하며, 색이 겹치고 스며들어 만들어진 불분명한 경계는 누군가에게는 어떤 계절의 오후를,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의 공간은 ‘예술가의 작업실’을 모티프로 꾸려진다. 이젤 위에 놓인 평면 작업과 받침대 위의 입체 기물, 바닥에 놓인 유리 조각이 함께 배치되어 완성된 작품과 만들어지는 과정이 나란히 놓인다. 작게 잘리고 쌓이고 결합된 작은 단위들이 어떻게 하나의 형태에 이르는지를 한 공간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리창 너머로 작업실의 한 장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이 구성 속에서, 관객은 유리 작품을 마주하기보다 한 점의 그림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2026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신진 부문에 선정된 전시는 8월 5일부터 8월 30일까지 KCDF 윈도우갤러리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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