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에스털리의 손에는 지난 세월의 짙은 흔적이 깎여져 나가고 있다. 에스털리의 조각은 자기 자신의 궁극적인 관심사인 ‘미술’을 충분히 아우른다. 그렇기에 그에게 장인이란 표현은 조금 한정적인 단어일 수도있다. 오랜 기간 동안 미술적인 조각을 해온 그가 사물로, 아이디어로 또는 추억으로 모양을 낸 조각품들을 보다보면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대체할 수 없는 재료
에스털리는 네덜란드 태생의 영국 조각가 그린링 기븐스(Grinling Gibbons, 1648-1721)의 전통을 이어받은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린덴나무 조각가이다. 그는 참나무를 대신하여 린덴나무 조각의 길을 개척했고 영국 바로크 양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화환 장식 튤립과 바이올린, 레이스와 제단 뒤의 리본 테두리, 벽난로 위의 장식 선반, 문틀 등은 옛날 시대에 어울린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븐스의 추종자 중에는 이와 유사한 작품을 따라 만드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에스털리의 작업실 겸 집은 아프리카 우티카 근처에 있다. 그는 이곳에서 밤이 깊도록 생각하며 조각을 한다. 그는 창작 과정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 번째 유형은 깨달음의 순간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 유형은 부단한 작업 과정을 통한 창작에 관한 것이다. 에스털리는 자신의 작품이 두 번째 유형의 창조성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에스털리에게 있어 린덴나무는 그 어느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재료이다. 밀도 있으면서 바삭거리는 나무의 결 덕분에 아랫 부분을 아주 깊게 잘라내는 것이 가능하며, 얇은 끝부분들은 마치 떠다니며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한다.
옛 거장의 기법을 잇고 발전시키다
여전히 에스털리는 기븐스가 사용했던 도구와 재료들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옛 거장의 오랜 기술들을 흡수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또 시간이 초래한 변화들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다. 린덴나무의 천연적인 흰빛은 미묘한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이는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들어준다. 그는 작품 표면에 아무 것도 덧입히지 않으며, 왁스나 광택제도 바르지 않는다. 그렇게 전통적인 기법의 조각품은 에스털리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환생됐다. 이점이야말로 단 하나의 작품에 십만 불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는 미국 고객들을 끄는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미의 감각이기도 하다.
18세기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일리어드를 모방하는 사람은 호머를 모방하지 않는다.’ 에스털리는 그 시대의 관습을 버리고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작품을 개발함으로써 기븐스의 전통을 재창조했다. 에스털리의 조각품 중 일부는 특정 건축물의 배경을 위해 디자인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건출물과는 독립적인 조각품들이다. 그는 그가 행하는 조각 기법은 린덴나무 재료를 최상의 경지로 끌어올렸고 미국, 영국, 유럽의후원자들을 위한 주문 제작만 하고 있다.
에스털리는 거장의 기술을 개선해 작업에 효율을 높였다. 기븐스의 작품들은 나무 하나만으로 만들었다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린덴나무를 몇 겹씩 겹쳐 쌓았고, 각 층은 다루기 쉽도록 2~3인치의 두께로 되어 있으며 전부 못으로 고정했다. 에스털리는 기븐스의 방식을 따르지만 못을 현대의 목공 본드로 바꿨고, 사이 틀톱을 띠톱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혁신은 손으로 하던 디자인 초안 작업을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대체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븐스가 감히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3차원적인 구상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근대화 과정을 통해 에스털리는 현대 사물을 조각하는 데
더 많은 자유와 자신감을 키웠고, 그의 전통적인 기법과 재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요즘 그는 3차원의 린덴나무 편지꽂이를 잘라 만든 공예품을 조각해 고객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것은 편지, 꽃, 보석, 인형, 놀이용 나무 핀이며,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미완성품들이다. 한 예로 그가 아이폰4의 조각을 끝내자마자 아이폰5가 출시된 탓에, 그것은 즉시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 적이 있다.
이런 물질의 전기물이 요즘 그가 하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결국 우리는 에스털리 작품의 본질이 오래된 역사를 지닌 전통기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300년 역사를 현재의 톤으로 살려 다시 노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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