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의 질감과 형태, 공간의 깊이를 새롭게 드러내는 빛
• 2026.10.27.(화)~12.26.(토)까지 스페이스톤 갤러리에서 열려

갤러리 스페이스톤은 2026년 10월 27일(화)부터 12월 26일(토)까지 《ART MOON: 빛의 곡절(曲折)》을 개최한다. 육상수가 전시감독을 맡고 15인의 조형작가와 스페셜 게스트 김종원, 김광수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조각과 공예, 영상과 사진을 통해 빛과 사물의 관계를 살펴본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공간에서 서로 다른 재료와 제작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을 선보이며, 조명을 바라보는 익숙한 기준인 밝기와 화려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빛이 드러내는 삶의 흔적에 주목한다.
세상을 밝히는 태양은 정작 우리의 눈으로 오래 마주하기 어렵다. 반면 태양의 빛을 받아 비추는 달에는 한동안 시선을 머물 수 있다. ‘ART MOON’은 이 차이에서 출발했다. 강렬한 빛 앞에서 놓쳤던 형상과 표면을 낮은 빛 아래에서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빛이 다른 존재를 거쳐 우리에게 도달할 때 그 존재의 성질까지 함께 드러난다는 것이다. 전시에서 달은 빛을 받아들이고 되돌려주는 매개이자, 대상을 서둘러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를 상징한다.

전시장 조도를 최대한 낮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밝은 조명은 대상을 즉각적으로 드러내지만, 그 선명함만으로 대상의 깊이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빛이 줄어들면 눈은 어둠에 적응할 시간을 필요로 하고, 관람객은 형태의 윤곽과 재료의 결, 빛이 닿지 않는 부분을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작품을 보는 속도도 달라진다. 한눈에 들어오는 인상에 머무르던 시선이 표면의 작은 흔적과 안쪽의 빈자리로 향한다. 이 전시에서 어둠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건이다.
이러한 관람의 방식은 이번 전시가 예술에 기대하는 역할과도 연결된다. 삶에는 보기 좋은 모습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들이 있다. 타인에게 기대면서도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욕망과 결핍, 지나간 선택에 대한 망설임, 사라진 존재를 놓지 못하는 감정이다. 전시는 이러한 삶의 그늘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묻는다. 아름다운 외형에 시선을 머물게 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형상을 만든 인간의 감각과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예술의 역할과 의미가 더해진다.
전시 서문에서 말하는 ‘밤의 사건’은 이러한 전환을 가리킨다. 화려함과 명료함에 대한 기대를 잠시 내려놓고,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에 시선을 기울이는 시간이다. 그림자는 빛이 미처 없애지 못한 흔적이 아니라, 사물이 빛과 만나면서 자신의 두께와 굴곡을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부제 ‘빛의 곡절’에는 재료를 따라 꺾이고 스며드는 빛의 경로와 함께, 하나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거쳐 온 삶의 경험이 담겨 있다.
함께 존재하기 위한 형태와 관계

1층에서는 개별적인 형태들이 모이고 연결되며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겹겹의 깃털은 작은 마을을 감싸는 산자락이 되고, 쌓아 올린 오브제는 상상 속 도시를 구성한다. 서로 다른 색과 크기의 형태들은 간격과 반복을 통해 리듬을 만들며, 공간에 투사된 빛은 그 주변으로 색과 움직임을 펼친다. 이곳에서 하나의 형태는 무엇을 감싸고, 무엇과 이웃하며,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따라 의미를 얻는다.
다른 존재를 둘러싸는 형상은 보호와 위로를 떠올리게 하고, 사용자의 재구성을 허용하는 구조는 타인의 선택이 들어올 자리를 남겨둔다. 서로 다른 부분들은 고유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 1층은 이러한 조형적 관계를 통해 우리가 누군가의 곁에 머물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감춰진 내면과 사라지지 않는 흔적
지하 1층에서는 재료에 남은 흔적과 형상에 담긴 감정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살핀다. 그을리고 갈라진 표면, 겹겹이 쌓인 재료와 신체를 연상시키는 형상에는 지나온 시간과 기억이 머문다. 틈으로 새어 나오거나 표면에 닿는 빛은 그 흔적을 조금씩 드러내며, 지나간 선택과 사라진 존재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는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경계 밖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타인에게 기대면서도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함께 담긴다. 상실 이후에도 이어지는 감정과 관계 속에서 느끼는 취약함은 쉽게 정리되지 않은 채 형상에 남는다. 낮은 빛은 이러한 내면을 모두 드러내기보다 일부를 어둠 속에 남겨두며, 관람객이 그 사이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돌아보게 한다.
자연의 변화와 그 안에 놓인 삶의 시간
2층에서는 자연이 형태를 만드는 방식과 그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각이 함께 펼쳐진다. 나무를 휘게 하는 힘, 지형을 따라 굽이치는 강의 흐름, 비가 그친 뒤 다시 나타나는 빛과 밤하늘의 별이 조형의 출발점이 된다. 작가들은 이러한 경험을 목재의 곡선과 금속의 연결, 반사하는 표면과 사진 속 색채로 옮긴다. 눈에 보이지 않던 힘은 형태를 얻고, 자연의 한순간은 바라볼 수 있는 대상으로 남는다.
자연의 변화는 무언가를 바라고 기다리며, 지나간 순간을 기억하는 마음과 이어진다. 무너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쌓아 올리는 탑에는 염원이 담기고, 비가 그친 뒤 돌아온 빛에는 안도가 머문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형형색색의 별빛은 생명의 시작과 영속성을 떠올리게 하며, 일상에 잠겨 있던 기억과 원초적인 감각을 깨운다. 이곳에서 빛은 변화하는 세계 안에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사라짐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것이 남긴 감각을 형태로 간직할 수 있다는 예술의 가능성도 함께 드러난다.
세 개 층을 관통하는 것은 빛의 조도를 낮추어 대상을 더 오래, 깊이 바라보려는 태도다. 눈부신 태양을 직접 마주하기 어려운 것과 달리 달빛에는 시선을 오래 머물 수 있듯, 전시는 조도를 낮춰 형상과 그 곁의 그림자를 함께 살피도록 이끈다. 화려한 외형에 가려졌던 흔적과 감정,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욕망과 결핍이 그 안에서 모습을 얻는다. 예술이 삶의 그늘에 다가가고 인간의 내면을 비출 때 의미를 얻는다는 믿음이 이 전시의 바탕에 있다. ‘밤의 사건’은 보기 좋은 것에 대한 기대를 잠시 내려놓고, 우리 안에 있었지만 외면해 온 것들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갤러리 스페이스톤은 2025년 서울에 개관한 조형 중심 갤러리로, 작품이 공간과 빛, 관람자의 신체적 경험 속에서 존재하는 방식에 주목해 왔다. ‘ART MOON’은 이러한 관심을 조각과 공예, 일상의 조명이 만나는 지점으로 확장한다.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사물 앞에서 오히려 빛을 낮추고, 더 오래 바라볼 시간을 마련하는 전시다. 그 시간을 통해 익숙한 사물의 깊이와 평소 지나쳤던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도록 제안한다.
전시는 12월 26일까지 스페이스톤에서 진행된다. 현장에서는 전시와 작품에 관해 질문할 수 있는 AI 도슨트 ‘Atello’의 안내도 제공한다.

· 참여 작가(17인)
김은학, 김지원, 류정하, 박미서, 선우용, 손태선, 송기두, 송민재, 이유민, 이지원, 이형준, 전보경, 주연수, 채수린, 황다영, 스페셜 게스트: 김종원(영상), 김광수(사진)
· 관람시간: 화요일~토요일, 14:00~20:00(일·월 휴관) / 스페이스톤(마포구 토정로 43-2)
· 문의: monetaseo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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