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헌 개인전 《불면제색 不眠霽色: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 개최... 우리 시대의 인왕제색도는 어떤 회화일까?

아트 / 편집부 / 2026-10-12 21:30:10

도시의 흔적과 일상의 사물에서 뜻밖의 풍경을 발견해온 배종헌(b. 1969)의 개인전 《불면제색 不眠霽色: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이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설치와 영상, 회화를 넘나들며 익숙한 현실을 낯선 풍경으로 바꾸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불면의 밤’을 새로운 산수의 시간으로 펼쳐낸다. 잠들지 못했기에 만날 수 있었던 풍경, 그것이 그에게 주어진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일 것이다. 

 

 

《불면제색》은 모두가 잠든 밤, 홀로 깨어 있는 시간, 잠들지 못한 채 오래 바라보다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형상들이 모습을 드러나고, 익숙한 현실 위로 기억과 상상이 겹쳐진다.. ‘제색(霽色)’은 비나 눈이 그친 뒤 맑게 갠 산천의 빛과 풍경을 말한다. 배종헌에게 ‘제색’은 평범한 현실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풍경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배종헌은 1990년대 후반부터 버려진 사물과 오래된 공간, 벽의 얼룩과 균열처럼 쉽게 지나치는 흔적들을 오래 바라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해왔다. 콘크리트 벽의 얼룩은 산이 되고, 균열은 계곡이 되며, 낡은 사물의 표면은 한 폭의 산수가 된다. 그에게 그림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이미 우리 곁에 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청색을 걷어내자 드러나는 금빛 산수

이번 전시의 회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청색과 금색이다. 작가는 화면을 먼저 금색으로 칠하고 그 위를 짙은 청색으로 덮은 뒤, 다시 물감을 쓸어내고 긁어내며 감춰져 있던 금빛을 드러낸다. 그렇게 나타난 금빛은 산과 바위, 구름과 물이 되고, 동시에 지우고, 지움으로써 풍경이 된다. 청색이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만드는 색이라면, 그 아래의 금색은 현실 너머 우리가 동경하는 또 다른 세계를 환기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불면’은 단순히 잠들지 못하는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선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홀로 깨어 보이지 않는 것을 오래 바라보는 ‘깨어 있음’의 태도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힌 뒤 산천이 모습을 드러내는 ‘제색’처럼, 배종헌의 밤에도 익숙한 현실을 걷어내면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풍경이 떠오른다.

전시는 2026년 10월 16일(금) – 11월 28일(토)까지 성곡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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