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 의류 브랜드 숍...따끔거리거나 일렁거리거나

건축 / 강진희 기자 / 2024-01-12 21:38:58

 

매장에 들어서면 알 수 없는 움직임과 마주치게 된다. 시선은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나무 막대를 따라 흐른다. 벽에 고정되어 있지만 그것은 리듬감을 가지고 넘실대는 파도와도 같다.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뾰족한 가시로 뒤덮여 있는 거대한 고슴도치의 등 같기도 하다. 

MRQT Boutique는 독일 Stuttgart에 위치한 고급 스트리트 웨어(street-wear) 브랜드숍이다.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의 이 매장은 스위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건축사무소 ROK-Rippmann Oesterle Knauss가 선보인 공간이다. ROK는 판매 공간에 독특하고 강렬한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로 MRQT Boutique 역시 그들의 스타일이 잘 녹아있는 공간이다.

출렁이는 나무 막대 물결


 

 

매장은 크지 않다. 실내 구조도 복잡하지 않고 몇 개의 진열대와 선반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심심하지 않은 이유는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설치물 때문이다. 이는 2만 2000개의 나무 막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같은 재료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단조로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물이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느끼게 한다.

그들은 나무 막대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열하고 길이를 다르게 재단해 같은 듯 다르게 벽면을 채워갔다.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 제작 공정은 굉장히 세심하고 세밀하게 이루어졌다. 수 만개의 나무 막대를 완벽하게 설치하기 위해 자체 주문한 디지털 장비를 사용했다. CNC 기계를 사용해 정확한 치수를 바탕으로 나무 막대가 들어갈 구멍을 냈다. 나무 막대의 길이를 각각 다르게 재단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치해 입체감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한 땀 한 땀 나무를 수놓다


 

그들은 옷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날줄과 씨줄이 치밀하게 얽혀있었다. 직물이 가진 섬세한 질감과 배열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무 막대를 지그재그 다양한 방향으로 수놓으며 옷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장비까지 사용해 아주 섬세하게 꽂아나갔다. 하얀 벽에 또 다른 옷을 수놓았다. 스트리트 웨어(street-wear) 브랜드숍의 콘셉트를 잘 살려냈다. 매장의 옷걸이는 벽에 매립된 형태로 감각적인 배경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진열대와 선반은 벽을 장식한 나무 막대와 같은 소재인 너도 밤나무를 사용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었다. 색이 밝고 결이 고운 너도 밤나무를 사용해 따듯하고 화사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다. 건축가가 신경 쓴 부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벽 가운데 위치한 거울이다. ‘Stage’라고 이름 붙여진 이 거울은 빽빽하게 채워진 나무 막대로 자칫하면 답답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서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도 한 발짝 멈춰서 제 모습을 비춰보며 쉬어가는 곳이 된다. 거울 뒤에 놓인 조명에서 불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온다. 거울에 반사되어 번지는 빛은 매장의 분위기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 준다.


자료제공 Rippmann Oesterle Kna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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