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페어와 미술페어의 차이점

칼럼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5-12-28 22:23:11

 

공예페어와 미술페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미술페어는 갤러리스트가 부스를 지키고, 공예페어는 작가들이 직접 부스를 지킨다는 점이다. 이것은 두 페어의 규모나 마켓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예시장은 여전히 직접 생산, 직접 판매라는 원시적 시장 구조에 처해 있다.

그 이유로는 거의 절반에 이르는 중간 마진을 감당하기 어렵고, 판매 단가가 커미셔너가 붙을 만큼의 매력적 상황이 아닌 것이다. 또한 공예가들이 작가 단가와 판매단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의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다. 공예가들이 자구책으로 판매 루트를 직접 공개하고 관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그 외의 방안조차 불가항력의 현실도 있다. 또한 여전히 대중은 공예품 가격대에 일정한 저항을 가지고 있다.

‘2025 공트페’에서 갤러리를 초대한 것은 이 부분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였으나 그에 따른 실효적 성과를 얻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짐작된다. 어느 중견 갤러리 대표의 하소연을 소개하자면, 공예가의 작품을 전시를 마감한 후 페어에 가보니, 그 공예가가 갤러리 마진을 뺀 가격으로 직접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후부터는 공예가의 작품을 전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대 공예가 경계를 지우고 다층적 시도를 통해 미술의 전방위에 다가가려고 시도를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고 둔하다. 

 


사물의 탄생을 위해 어진 마음으로 선택한 공예가 굳이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시장 없는 공예를 생각하는 것은 더 끔찍한 일이다. 언제까지 시골 장터에 자신이 생산한 농삿물을 이고지고 와서 직판하는 할머니의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모른 척할 수 있을까.

공예가에게 1년에 한 번 치르는 공트페 참가마저 여전히 수월하지 않고, 대부분 주문이나 직판에 의지해야 하는 불안한 상황은 금새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갤러리가 공예가들을 초대하는 경우도 극소수에 이를 것이라서, 점점 풍성해지는 듯한 공예의 축제 속에서, 공예가들의 현실 숙제는 더더욱 난감하다. 공예가를 감춘 공예페어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사진: kcdf instar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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