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물질성에 존재와 영혼의 합(合)과 분(分)을 이룬다

아트 / 편집부 / 2024-03-21 10:22:16
국제갤러리 김윤신 개인전
나무의 속살과 원형에 스며든 존재의 의미 돋보여
남미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조각과 회화 등 51점 선보인다
내달 28일까지 K1, K2 전시관에서 열린다
▲ [Kukje Gallery] Kim Yun Shin_Artist Profile

 

 

“합(合)과 분(分)은 동양철학의 원천이며 세상이 존재하는 근본이다. 나는 1975년부터 그런 철학적 개념을 추구해오고 있고, 그래서 나의 작품에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 分一)’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는 두 개체가 하나로 만나며, 다시 둘로 나누어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서처럼 계속적으로 무한대적으로 합과 분이 반복된다. [...] 전기톱을 사용하여 분에 의하여 창조된 선과 면은 합이요 동시에 분이다. 나의 정신, 나의 존재, 그리고 나의 영혼은 하나가 된다. 절대자로부터 축복받은 존재이길 염원하면서.” – 김윤신1

국제갤러리는 오는 3월 19일부터 4월 28일까지 김윤신의 개인전 《Kim Yun Shin》을 개최한다. 1980년대 중반 남미에 이주해 독자적인 시각과 입체를 구축한 김윤신은 나무 고유의 성정과 물성을 존중하며 탐구해왔다.  

 

▲ [Kukje Gallery] Kim Yun Shin_installation view_8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그곳에서 40년을 뿌리내렸던 그는 한국으로 거점을 옮겨 꾸리는 첫번째 전시에서는 총 50여 점의 작품을 K1과 K2에 걸쳐 선보인다.

작가는 자신 앞에 주어진 재료를 관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눈 앞의 나무를 오랜 시간 바라보며 그 대상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다 한 순간 전기톱을 들고 거침없이 나무를 잘라 나가면서 나무와 작가가 하나가 되며 합(合)을 이루고, 다시 여러 분(分)의 단계들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물로서 비로소 또 하나의 진정한 분(分), 즉 작품이 탄생한다.

작품은 민간신앙 속 장승의 모습이나 돌 쌓기 풍습 등의 토템에 영향을 받아 나무를 수직적으로 쌓아 올렸고, 그에 대한 형식적 변주를 이룬다. 알가로보 나무, 라파초 나무, 칼덴 나무, 유창목, 케브라초 나무, 올리브 나무 등 다양한 원목이 그의 손을 거쳐 다채로운 형태의 ‘기도’가 되는데, 특히 그의 톱질을 통해 드러나는 나무의 속살과 원래의 모습 그대로 살려둔 나무의 거친 껍질이 이루는 시각적 대조는 김윤신 조각의 대표적인 표현적 특징이다. 

 

▲ [국제갤러리] 김윤신_합이합일 분이분일 2019-14

 

▲ [국제갤러리] 김윤신_합이합일 분이분일 2002-790

 

▲ [국제갤러리] 김윤신_합이합일 분이분일 2000-653


작가는 “그림을 해야 조각을 하고, 조각을 함으로써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설명하며 조각과 회화를 필연적 관계로 규정한다. 조각과 일맥상통하며 표면의 분할을 특징으로 하는 김윤신의 회화는 남미의 토속색과 한국의 오방색에서 영감 받은 원색의 색감으로 제작되는가 하면, 멕시코 여행을 계기로 아스테카의 흔적을 입기도 하는 등 작가의 환경과 심경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이루어지다〉, 〈내 영혼의 노래〉, 〈원초적 생명력〉, 〈기억의 조각들〉, 〈진동〉 등의 제목으로 진행되는 회화 작업은 나이프로 물감을 긁는 기법으로 원시적 에너지를 표출하거나, 물감을 묻힌 얇은 나무 조각을 하나하나 찍어내 구사한 다양한 색상의 선과 자유분방한 면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의 본질 및 삶의 나눔을 찬양한다.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는 김윤신의 시각적 문법은 자연스레 목조각에 채색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남미의 토테미즘에서 한국 전통 색상 및 패턴의 유사성을 발견한 작가는 조각을 색조 및 기하학 실험의 장으로 삼기도 했다.

목재 파편 내지 폐목을 재활용해 자르고 붙여 색을 입힌 회화 조각은 회화와 조각을 잇고 나누는 또 하나의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보여준다. 생을 관통하여 매 순간 도약해온 김윤신의 우주는 열린 마음으로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는 실험 및 도전정신을 통해 조각과 회화, 그리고 회화 조각이라는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 [Kukje Gallery] Kim Yun Shin_installation


김윤신: 1935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은 나무 및 석재 조각, 석판화, 회화를 아우르며 고유의 예술세계를 일구어 온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이다. 1959년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5년 뒤인 196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조각과 석판화를 수학했다. 1984년 새로운 재료를 만나 작품세계를 확장하고자 아르헨티나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만난 나무를 영감을 받아 건축적 구조와 응집된 힘을 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 처음으로 초청받아 참가한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서울시립미술관, 한원미술관,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립현대미술관, 로페즈 클라로 미술관, 멕시코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 광주 스페인조각공원, 베이징 국제조각공원, 로사리오 중앙우체국, 한국토지주택공사, 아산사회복지재단, 서울아산병원, 익산 중앙체육공원 등이 있다. 현재 김윤신은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 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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