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나점수 개인전 <무명(無名)– 정신의 위치>...마름과 갈라짐의 나무 틈 사이로 스며드는 무명의 세계

아트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2-06-10 10:25:37
art space3 갤러리에서 2022.6.10- 2022.7.16까지 열려
사물이 잉태한 이름의 근원성에 심원적 안목을 드러내
'모른다’라는 사유 속에서 움직이는 지향의 시선

 

갤러리 ‘ART SPACE3'에서는 2022년 6월 10일부터 7월 16일까지 중견 조각가 나점수의 개인전 <무명(無名)– 정신의 위치>를 개최한다.

나점수는 조각 행위를 위해 철학의 퇴적층을 관통하고 살피며 생의 근거를 사유하는 한국의 대표적 조각가이다. 그는 물질이 발현된 지점을 자신의 정서적 흐름과 동화시켜 추상화하고 이를 시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전시를 이어왔으며, 표면의 깊이, 식물적 사유, 무명, 무명(정신의 위치)를 화두로 규정할 수 없는 총체적 세계를 대면하며 이를 ‘조형 시’로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나점수 작가가 2018년 개인전에서 명명한 <무명無名>은 ‘이름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시적 서술이었다면, 이번 전시 <무명_정신의 위치>는 사물이 잉태한 이름의 근원성에 심원(앞에 있는 산이나 봉우리로부터 뒤에 있는 산들을 들여다볼 때의 모습)적 안목을 드러낸 것이다.

 

 

 

붙잡을 수 없는 근원을 붙잡고자 하는 작가는 지시대상이 추측되지 않는 추상적 형태의 조각을 만들어낸다. 자연적이고 고전적인 재료인 나무의 질감과 색, 형태를 전달하는 나점수의 정서는 작품 앞에 선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작가는 조각이 위치한 공간에서 관객이 작품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도록 요구한다. 그것은 사유의 시간이며, 각 개인의 정신의 위치를 경험하게 되는 시간이다.

미술평론가 심상용은, “나점수 작가는 ‘갈라진 틈새로 계절이 스미는 모습’을 본다. 빛이 머물고, 어둠이 드리워지는 모습, 바람이 스치고, 빗물이 스며드는 모습을 본다. 그렇게 갈라지지 않았다면 마주할 수 없었던 것들이 꿈틀댄다. 생명이 실체로서 모습을 드러내고, 무명씨인 죽음의 찰나적인 현시의 순간이다. 그것은 생명이, 운명과 필연성이 동시에 현시되는 찬란한 슬픔”임을 단정했다.

나점수는 “‘모른다’라는 사유 속에서 지향의 시선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세계라는 총체적 사태를 직감하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행위는 무너짐과 세움, 감춤과 드러냄의 과정이며, 흩어짐과 만남의 연속이니 이 연속된 모든 것이 ‘시심(詩心)’으로 환원되어 ‘조형 시’로 내게 돌아온다. 바다에 흘린 눈물... 바다가 되고, 땅으로 향한 잎... 뿌리로 간다.”라는 애절한 고백으로 이번 전시를 설명한다.

 

 


전시장 안에 놓인 개별 작품들은 스스로 각각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작품 안의 공간의 통로를 채운 빛과 그림자를 통해 관객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관객의 자의적 해석이 침투할 여지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관객은 작품 앞에서 결국 자신의 근원적 감정, 자신의 정신의 위치를 대면하게 된다.

나점수의 이전 작품에서는 깊고 좁은 통로를 통해 근원적 감정이 비밀스럽게 전달됐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수직 동작을 통해 무명의 정서를 일으키고, 물질의 얕은 깊이가 제시하는 시원의 정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재료를 통해 넓은 스펙트럼을 제시하는 현대조각의 산만한 조류에서 벗어나 나무 그 자체의 변화에 매몰해온 나점수는, 물질 표면의 파동과 식물(識物)의 형태적 추이를 자신의 세계로 영접해왔으며, 그 길의 중간을 지나면서 무명을 만났고 이제는 무명의 정신에 위를 서성이고 있다.


 


작가는 "나는 가끔씩 ‘슬픔은 신에 가깝다.’라는 말을 떠올리곤 한다. 그럴 때면 내 태도와 행위를 거친 조각과 물질이 처한 ‘정신의 위치’는 무엇에 가까운지 생각하게 된다.” 라는 말로, 마르고 갈라진 그의 작품을 위로했다.

이번 전시에는 20여 신작이 선보이며 전시는 art space3 갤러리(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 B1)에서 2022.6.10 - 2022.7.16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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