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예가 시리즈] 금속공예가 이형준 <파이프 피팅 쉘프(pipe fitting shelf)> ... 인공물에 자연의 생명을 피팅한 금속공예

공예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2-12-21 12:19:58
▲ 이형준의 파이프 피팅 쉘프(pipe fitting shelf) 시리즈 작품

 

이형준 금속공예가의 작업은 대량 생산 체제에서 쏟아져 나오는 산업 제품에서 물질의 지속 가능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기계에 의해 틀에 갇힌 인공물이 신속하게 만들어지는 작은 부품들이 탄생과 함께 빠르게 소모되고 버려지는 현상이 유난히 마음에 걸렸다.

이형준은 물질이 원석에서 떨어져 나와 끝없는 순환계를 거치지만 최후의 안착지가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에 매달렸다. 의문은 영감으로 이어져 산업 부품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생명적 존재가 되는 순간을 상상하며 물질의 재구성이라는 여정에 몰입했다.

그는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산업물이 나름의 강인한 복원성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산업 인공물인 파이프 피팅의 속성이 나무의 특성과 다르지 않지만, 그것에는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력이 부재함을 깨달았다.

 

▲ pipe fitting shelf black

 

▲ 선반 기능을 부가한 pipe fitting shelf 시리즈

인공물을 자연의 성질로 대상화해 절대적 위치로 되돌린 것이 바로 이형준의 파이프 피팅 쉘프(pipe fitting shelf) 시리즈이다. 파이프의 유연성, 자율성, 주체성을 유체의 역학적 힘을 빌려 그 형태의 흐름을 변경하거나, 조절해 일차적 변화를 주었다. 큰 방향에서 작은 방향으로 혹은 그와 반대로 힘을 가했고 또는 아래에서 위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흐름을 연결하거나 막아 금속의 유동적 변화를 추출했다.

작업물의 표면은 나무의 형태를 모티프로 직접 손 세공한 텍스처를 입혀 인공물에 자연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으로 표지 작업을 했다.

이형준은 인공물도 주체성이 있음을 확신하고 자연의 생명력을 입혀, 물질의 존재에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젊은 금속공예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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