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웅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명쾌하다. 의자를 옆에서 보았을 때 더 분명해지는 평행곡선이 그것이다. 의자 하나, 그 옆에 테이블, 다시 그 옆에 의자를 두면 아리따운 평행곡선 두 개가 그려진다. 양웅걸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건축에서 보이는 추녀 곡선이 아름답다 말했다.
낙동강도 그에게 곡선의 미를 가르쳤다. 홀로 하회마을을 거닐다 만난 낙동강은 풍만한 곡선을 품고 있었고, 그는 <류(流)>라는 작품으로 풀어냈다. 네 다리와 상판이 모두 완만한 호를 그려 어느 방향에서 봐도 부드럽다. 나무 작업이라는 게 직각을 벗어나면 난이도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선한 인상의 가구를 위해서라면 실력을 아끼지 않는다.
절묘하게 흐르는 곡선보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건 무엇보다 우리나라 정신과 문화를 녹여낸 디자인이다. 우선 공동체 문화가 눈에 띈다. 그의 대표작 <류(流)>와 <트윈체어>는 짝을 이뤄 같이 놓아야 비로소 하나가 되는 가구다. ‘나’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쓰는 가구, 함께 써서 더욱 좋은 ‘상생의 가구’인 것이다.
이는 이질적인 재료를 함께 쓰는 방식에서도 발견된다. 원목이 알루미늄을 ‘덥석!’ 문 것 같다고 하여 <덥석>이라 불리는 작품은, 서로 다른 재료의 모습을 해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하나가 된다. 또 하나 발견되는 것이 비움의 미학. 상판과 다리 사이에 공간을 비워 둔 <보우 테이블>은 시각적인 한가로움을 선사한다.
양웅걸 작가는 필요한 선만 남기는 ‘마이너스 디자인’을 지향한다. 그 정점에 있는 가구가 사방탁자라고 보는 그는 그것의 철벽같은 직선에 곡선을 더한 작품을 계획 중이다. 디자인에 있어 상생이 뭔지 아는 그이기에 그 도전은 참으로 즐거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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