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금복·하우·예우가 사는 집...<제주 삼양동 주택>

건축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4-09-03 12:24:11
임업진흥원 <목재 인테리어 공모전> 주거부문 수상
자작합판계단이 즐거운 공간
KDDH건축사사무소 설계

 

저명한 건축가 ‘이타미 준’의 제주는 바람, 돌, 물이었다. 이는 제주가 원시 자연의 땅으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간절함과 건축과 자연이 온전하게 인간을 위해 남아주기를 바라는 시그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태초의 제주는 바람, 돌, 물 그리고 고사리가 무성한 땅이었다. 풍년을 기원하는 제주 여신 ‘섬문대할망’은 자연과 사람들이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기를 바랐고 매년 봄이 되면 마을 사람들에게 고사리를 나눠주었다. 고사리는 겨우내 메마른 땅에서 태어나는 생명의 상징이자 제주에 생명을 있도록 한 식물이다.

 

나무 계단이 즐거운 공간



하지만 사람의 삶이 바뀌고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제주에도 현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신건축이 해안을 두르고 육지 사람들이 물밀듯 찾아들었다. 잠시 여행의 모퉁이를 돌아가는 여행객도 있지만, 매일 자연을 마주하며 느린 삶을 살아가고픈 도시 사람들이 이주해 들어왔다. 제주의 명당들이 현대식 건물로 채워졌지만 여전히 제주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이어도와 같은 미지의 섬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바람으로, 향기로, 정취로 서사를 부추긴다.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8km쯤 들어가면 제주 신도시 삼양동이 있다. 육지의 신도시보다 작은 규모의 동네지만 잘 구획된 대지와 도로 등의 건축 인프라는 도시의 그것에 못지않으면서도 여전히 ‘제주스러움’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개성 강한 제주에 녹아든 젊은 도시 삼양동에 제주가 고향인 젊은 부부는 가족의 보금자리를 위해 새집을 짓기로 했다. 아이 둘을 둔 부부에게 가족이 하나 되는 개방 공간과 각자의 삶을 녹여낼 개별 장소가 필요했다.

 


건축가 김동희는 건축주 부부의 의견을 반영해 1층에는 거실, 주방과 남편의 취미실, 작은 화장실을 배치했고, 2층에는 두 아이의 방과 가족실, 안방, 아내의 취미실을 두었다. 부부의 취미 공간을 층을 달리해 배치한 것은 일정 시간 자기만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진다.”라는 건축주의 철학을 성실하게 반영한 결과다. 그렇다면 “2층의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라는 건축가의 해석에 따라, 아이 방 2는 아이 방 1에서 조금 더 위쪽에 배치했고 또 그곳에서 한 번 더 올라가야 다락이 있는 스킵 플로어 방식을 취했다. 가족 모두가 함께하면서도 독립된 인격체로서 살아가는 ‘따로 또 같이’ 집이 삼양동 주택의 서사다.


집 밖은, 집이 마당을 빙 둘러친 듯한 형태로 있다. 작은 중심공간(마당)을 큰 공간(집)이 품고 있는 셈이다. 이를 가족의 형태에 비유한다면, 중심부 공간은 아이와 같고 주변부 공간은 부모와 같다. 각자의 공간을 굵게 휘감듯 감싸안고 지키고 있는 듯한 집의 형태는 가정을 평안하게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

집은 복을 짓는 일 



외부는 벽돌을 붙여서 제주도의 거친 현무암 느낌을 나타냈다. 이 집만의 멋스러움을 더 하기 위해서 다양한 쌓기 방식을 구사했다. 벽돌의 수직적인 느낌과 사선의 철골 구조가 만나 비상하는 듯한 역동성이 있는데, 이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반영했다. 내부 벽면은 자작 합판을 사용하여 깔끔하게 마감했으며 계단과 모서리는 자작 합판의 민무늬 면을 좁게 켜고 그것을 겹겹이 쌓아서 직선 느낌을 주었다. 주방은 오크 원목으로 자연감을 더했고 책장과 소품 또한 자작 합판으로 제작했다.


집은 건축주의 취향을 담고, 삶의 형태를 반영하는 기록 저장소이다. 집의 완성은 복을 짓는 일이다. 이 집에 입주한 ‘달콤, 금복’ 두 아이에 이어 지금은 ‘하우, 예우’ 쌍둥이가 탄생한 것만으로도 삼양동 주택은 ‘복받은 집’이 되었다. 신도시, 신축 집이라도 그 땅은 분명 우리가 선망하는 제주도이다. 그렇다면 제주 여신 ‘섬문대할망’의 복 내림이 6식구의 집과 삶을 오래오래 지켜줄 것으로 믿어도 무방하리라 본다.

 

 

 

·설계: 건축사사무소 KDDH (대표 김동희)
·시공: (주)망치소리종합건설 (대표 송동선)
·사진: 이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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