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목구조의 공간 미학...<은평 9칸집>

건축 / 편집부 / 2024-09-02 14:20:19
임업진흥원 <목재 인테리어 공모전> 주거부문 수상작
9칸 목구조의 연결로 디자인 강화
편백목재를 구조재로 사용
(주)스튜가하우스 시공

 

북한산으로 둘러싸인 주택단지에 자리한 은평 9칸집은 건축 시공사 (주)스튜가하우스를 운영하는 부부와 두 소년이 사는 집이다. 2018년, 국내 대표적인 목조 전문 시공자인 건축주는 3채의 목조주택을 함께 작업한 목조 설계의 대가 도미이 마사노리 전 한양대 건축과 교수와 합심해 자신의 집을 짓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목구조 주택의 건축미와 건축기술이 융합된 좋은 집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부석(浮石)의 미학과 9칸집의 의미

북한산 허리를 등진 건물의 배치계획은 함께 사는 동네로서의 개방감과 한국 건축의 상징인 지붕의 매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통의 재구성에 착지하고자 했다. 도로경계 안쪽으로 들어 선 앞마당은 개방감과 함께 동네의 길 풍경을 여유롭게 해주어 도로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렸고, ‘무거운 지붕’의 외형은 한옥의 구조 미학을 드러내면서 동네 아이에게 ‘도토리 닮은 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국 전통문화의 행간에는 ‘무게의 미학’이 배태되어 있다. 대지 위의 거석을 공중에 부양해 땅의 비중을 하늘 위에 그리는 ‘부석(浮揚)의 미학’이다. 한옥에서 ‘부석’은 무거운 기와지붕이 거석을 대신한다. 9칸집은 지붕의 형태와 금속 외장재를 사용하여 전통 지붕의 매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이다. 처음 이 건축을 보는 이들은 일반적인 건축 디자인에서 벗어난 지붕 구조를 보고 다소 당황하거나 의아해 할 수 있다. 기와 재료를 쓰지 않으면서도 전통 지붕의 속성을 건축에 입힘으로써 새로운 구조 감각(視感覺)을 유발했다.


집의 내부 구성은 9x9(m) 정사각형 평면을 기본으로, 3x3(m) 정방형 한 칸을 하나의 모듈로 삼아 칸마다 합치고 분리하는 구조다. 가족의 삶이 일어나는 집의 장소를 개별공간으로 정의하지 않고 개방함으로써 공간의 목적이 자연스럽게 정의 되도록 했고, 또 필요에 따라 평면이 이동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 것이 9칸집을 주목하는 이유다. 복도 없이 자연스럽게 공간이 연결되며, 평면뿐 아니라 수직적으로도 적용하여 집의 전체가 하나의 공간으로 수렴된다. 이는 기둥보 목구조의 아홉 칸 구성은 구조 변화와 공간 변화를 쉽게 조정하도록 해, 아직 어린 두 아이의 성장과 그에 따른 생활 방식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집과 마당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것을 주거의 광의(廣義)적 개념일 때, 9칸집은 집과 마당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주거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앞마당을 줄이는 대신 건물을 감싸고 있는 주변 곳곳에 마당 면적을 만들어 각각의 작은 마당이 집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동선을 만들었다. 전면도로에 면한 개방된 앞마당은 마을길의 개방감을 높이고, 이웃과 소통하는 공적인 마당으로 두었다. 그래서 진입 마당은 고스란히 현관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어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동선은 현관, 지하, 다용도실, 데크와 맞닿는 모서리 통창 등 여러 동선을 유기적으로 연결함과 동시에 지하부터 다락 층을 한 번에 연결하는 계단을 하나의 길로 이어지도록 했다. 층별 테라스는 다채로운 경험과 풍경을 제공해 내·외부 전체가 하나의 ‘집’이라는 개념을 전하고 있다.

 


중목구조의 노출 미학

중목구조의 최대 장점은 기둥보가 그대로 노출되어 건축 재료의 질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9칸집에 들어서면 목구조의 구조적 구성미 뿐 아니라 마치 커다란 나무가 통째로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기둥보 목구조를 사용하지 않은 다른 공간도 구조를 온전히 노출하는 마감을 선택했다.

 


9칸집의 1층에 들어서는 순간, 편백나무 기둥보구조와 가문비나무 CLT 구조용 판재(19T)가 그대로 노출된 공간 미학을 발견하게 된다. 창에 비친 옅은 그림자가 산수화 정감을 품고, 나무의 안온한 정서가 방의 공기를 대신한다. 편백나무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2층은 1층과 같은 목재와 목구조가 이어지고, 천장과 욕실 벽은 19T 편백나무 루버로 마감되어 있다. 3층에 해당하는 다락방은 2층의 목재가 적용됐고 가운데 바닥과 갤러리 도어는 편백나무 30T를 사용해 구조를 강화했다.

 


9칸집은 예산과 이해의 부족 때문에 그동안 현장에서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시공 디테일을 유감없이 집행한 현장이다. 기둥 목재로 통나무와 글루램을 섞어 쓰기도 하고, 노출된 천장에는 히노끼 빔과 루버, 스프러스 CLT 판재를 혼재해 통일성을 주었다. 공간의 목재 인테리어는 매우 다양한 디자인을 구사할 수 있겠지만, 9칸집의 공간은 건축의 목구조 공법이 온전히 실내 인테리어로 마감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건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설계: 도미노 마사노리
·시공: (주)스튜가하우스 (소장 김갑봉)
·사진 : (주)스튜가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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