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성을 드러낸 일상성과 자연 풍경
갤러리 마리에서 2024년 3월 8일(금) - 4월 12일(금)까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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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운, 앞끝섬의 휴식, 2024, Acrylic on canvas, 60.6×72.7cm |
그림은 평범한 사건과 장소에서 쉽게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멈춘 풍경이다. 미술은 숭고하거나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시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작가가 팬데믹을 맞으면서 전남 해남의 작은 섬 임하도에서 단초를 찾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토스카나 일대를 여행하면서 고국의 고립된 작은 섬에 대한 갈증이 에너지였다.
최석윤은 “내가 오랜 기간 주제로 작업해 온 인간에 대한 생각에 변화를 느낀다. 이번 전시는 자연이 위대하다거나 아름다워서 그림으로 옮긴 반복이 아니다. 나의 풍경화를 생각한다. 자연이 들어간 풍경 속에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풍경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전시작에 주석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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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운, 타오르미나 인상, 2024, Acrylic on paper, 95×77cm |
《풍경, 떠다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평범한 순간을 관찰하여 스냅사진처럼 그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과 동물의 시선이 관개의 눈을 마주한다.
하지만 과도한 의미 부여나 연출 없이 인물 중심의 절제된 표현 방식에서 유머와 위트, 해학과 풍자가 넘치지만, 관객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트 레지던시로 머물렀던 해남의 작은 섬 임하도는 최석운에게 ‘낭만적인 고립을 느끼게 하는 유배지’였다. 유배지 여행길에서 만난 경이로운 자연과 낯선 풍경은 새로운 의욕과 자극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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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운, 생각하는 남자, 2022, Acrylic on canvas, 97×145.5cm |
“그때 그 장소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리지 못했을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말에서 짐작되듯이 오랜 기간 인물을 화면 중심에 두었던 작업 방식은 좀 더 색다른 서사를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풍경'은 작가 최석운의 중심으로 그가 사랑하는 인물 군상과 함께 옮겨져 왔다.
최석운의 작업에서 ‘일상성’은 중요한 모티브다. 배경이 생략되거나 무의미했던 과거 작업들에 비해 장소성을 드러낸 자연 풍경이 화면에 자리한다. 작가는 그 풍경 속에서 그곳 사람들이 살아온 또 다른 일상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들려준다. 때로 사람이 부재한 이국적인 풍광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풍경 사이에 숨은 그들의 삶과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감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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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운, 가족1, 2022, Acrylic on canvas, 60.6×72.7cm |
특유의 재치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삶의 풍경들을 채집해 온 작가는 '나만의 풍경화'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최석운만의 시선이 담긴 최석운다운 그림, 그의 다채로운 여정은 이제 부유하지 않고 사각의 화면 위를 떠다니고 있다.
전시는 ‘갤러리 마리’(서울시 종로구 경희궁1길 35 마리빌딩)에서 2024년 3월 8일(금) - 4월 12일(금)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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