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모습을 수용한 한국적 미니멀리즘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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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age]박석원 개인전 전경 |
무엇으로 규정할 수 없으나 의미를 향한 좌고우면은 점점 깊어진다. 있지도, 없지도 아니하는 현상에 대한 숙고의 결과는 ‘비유비공(非有非空)’ 언어로 갈무리되고 그 자리에 박석원의 조각적 태도가 안착한다.
1980년대 전후로 시작된 ‘적의(積:쌓을 적 意: 뜻의)’시리즈는 돌이나 스테인리스, 나무를 절단하고 다시 쌓아 올리는 ‘축적’의 행위가 조각에 그려진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미학을 조각의 근본으로 삼은 박석원은 전통 조각의 관습을 벗어던지고 ‘절단’과 ‘축적’을 반복하는 고유한 기법으로 물성을 강조해 한국 추상조각의 세계를 구축했다. 단순한 형태의 조각은 재현이 아닌 재료 본연의 물성과 구조를 강조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톺아보고 실존의 문제와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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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ge]박석원 개인전 전경 |
한국 돌탑의 조형적인 특성을 한국적 추상조각으로 승화한 작가의 의지는 한지라는 소재를 통해 재구축된다. 축적과 반복의 개념은 기하학적으로 절단된 한지를 수평 수직으로 중첩시킨 평면으로 확장되면서 구체적인 형상이 아닌 한지 자체의 물성을 드러냈다. 이는 본연의 물성을 드러내는 조각적 태도의 연장선이며, 물질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분화하는 본능을 평면작업으로 확장한다.
박석원의 단순한 형태의 반복은 서구 미니멀리즘을 관통해 물성 그 자체의 물성에 집중, 자연의 모습을 수용하는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사물의 본성을 포착하여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내는 ‘적의(積意)’시리즈는 무엇으로도 단정할 수 없는 묵언의 시공간을 배회하고 있다.
전시는 2024년 1월 11일부터 2월 24일까지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다.
박석원 : 한국 현대조각사를 이끈 박석원(b.1942) 작가는 1968년과 1969년 <초토>와 <비우>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하며 20대 때 이미 한국의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AG)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제5회 파리 비엔날레(1966), 제10회 상파울루 비엔날레(1969)에 참여했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를 겸임했으며, 최근에는 김세중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워커힐미술관, 토탈미술관, 호암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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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ge]박석원 개인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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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ge]박석원 개인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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