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예가 시리즈] 김자영_ <on the move>, 시간의 흐름은 삶의 입자를 결속한다

공예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3-01-19 13:18:25
▲ 김자영_ <on the move>, 사진_아트스페이스3 제공

 

자연의 시간은 퇴적층에 조각되고 사람의 시간은 기억에 퇴적된다. 현재의 과거, 미래의 현재가 중첩된 기억의 창고, 그 단면의 중심에는 상실과 단절의 흔적이 유독 선명하다.

김자영의 신작 는 기억의 그림자에 스며든 자기 존재를 실증하고 다음의 기억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이다. 2년 전,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단단하게 버텨낸 자신을 치하하는 조형 작업 ‘다듬어진 침전물’로 개인전을 마친 작가는 이제 감정의 침전물을 지려밟고 기억의 동굴로 숨어들었다. 작가는 어둠의 시간을 더듬어 자기 기억을 톺아갔다. 이는 과거의 거울에 얽매이는 나태함을 밀어내고 현재성을 어루만지는 제례의식으로, 미래의 과거를 소환하는 에너지 작업이다.

물의 소멸을 통해 형체를 낳는 동굴의 종유석처럼, 신작 ‘는 과거와 미래가 동일한 지점에서 뾰족하게 마주한 채 작가의 현재를 조형한다. 감정이 다져진 자리에 기억의 흔적이 쌓이고, 소각 못한 그의 트라우마는 동굴 끝자락 빛을 찾아 동쪽으로 향한다. 그 사이, 흙의 세포에 조각된 삶의 연유는 시간의 움직임에 일체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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