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빛으로 세상을 열었다. 빛은 암흑의 암석 덩어리인 지구가 생명의 땅으로 전환하는 모든 에너지이면서, 모든 사물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몸과 같다.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최후의 감각기관이다. 빛은 조도와 휘도의 양상으로 모든 현상의 근원을 밝히고 일상의 미세한 영역을 채우는 실존적 매개체이다.
한국의 오방색을 기류로 삼고 아트퍼니처를 조형해 온 이현정 작가에게, 태양의 실체인 ‘빛’은 추상의 내밀한 정서이면서 형상의 모태다. 작가는 오방색의 중첩과 교류, 분산과 확장을 통해 가구 사물의 용도와 시각적 감각을 자유롭게 변주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에게 빛은 사물을 규정하는 척도이자 곧 세계관이다.
개인전 <빛의 추상>은 오방색의 찬란한 변주와 형식의 교차점을 통해 가구의 감각에 휘도를 주고 아울러 지각과 감각에 있어 새로운 꼭짓점을 발견하는 데 있다. 모두 여섯 개의 방으로 나눠진 방은 오방색 빛의 향연과 가구의 장소성이 조화를 이루면서 공간의 기류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모색한다. 사물의 탄생을 기원하는 ‘에너지의 방’, 사물의 생성과 출현을 예고하는 ‘반동의 방’, 사물의 정착을 위한 ‘현상의 방’, 정신의 감각을 도모하는 ‘정중동의 방’, 오방빛의 율동을 직시하는 ‘오방색 변주의 방’, 그리고 작가의 일련의 흐름을 알리면서 빛과 색의 총합을 기도하는 ‘사색의 방’으로 전시는 마감한다.
‘에너지의 방’은 월넛과 웬지 나무로 틀을 잡고 빛의 에너지를 분산하는 공간이 열리고 이어서 빛의 작은 분산을 통해 사물의 꿈틀댐을 느낄 수 있는 ‘반동의 방’이 그 옆을 지키고 있다. 불투명 회색 노방 천이 각 방을 나누는 가운데 오방 가구의 완성을 알리는 ‘현상의 방’이 중심을 지키고 있다. 사물은 용도와 함께 공간의 기운을 북돋우는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자리의 지속성을 통해 정신의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 의미에서 먹색의 형식과 내용이 진동하는 ‘정중동의 방’은 가구의 형식을 뛰어넘어 고요한 침묵의 세계로 이끈다.
2층 작은방으로 이어지는 ‘오방색 변주의 방’은 네 방의 기운이 하나의 몸을 이루어 오방 색조의 유희를 이루는 각별한 형식을 취한다. 이는 작가 또한 가구라는 옷을 벗고 색조의 우주를 날고자 하는 자유함의 세계이기도 하다. 태양빛의 여신이 이 땅에 안착하는 듯한 공간 이미지를 통해 빛의 중첩과 산란이 이루는 경이로움의 세계와 맞닿을 수 있다. 3층은 지금까지의 여정을 멈춘 후 한 점의 가구를 앞에 두고 사유의 시간을 재생한다. 어제와 오늘, 내일의 변화를 톺아보는 안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아트퍼니처 작가 이현정이 건축한 선과 면의 구조 속에 내재한 오방색들이 빛의 이치와 기운을 재생하는 <빛의 추상>으로 마감한다. 추상은 실존의 현재이자, 현상의 미지 감각이라고 할 때, 그가 추구하는 빛의 질료는 곧 삶의 에너지이자 정신의 언어이며, 사색의 공간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세상은 비물질인 태양의 빛으로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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