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닷건축사사무소 설계
목구조의 간결한 디자인 구현
깊은 산중에 가라앉은 공기와 고요한 풍경이 밤낮으로 스며드는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 이터골에는 조용한 여생과 여과를 위한 부부의 집 <망미농장>이 있다. 삼각산과 배미산 그리고 매봉산이 골과 골을 겹친 곳에 자리한 이곳은 오랜 문중 땅으로 대지의 내력이 깊은 곳이다. 은퇴 후 이곳에서 과실나무를 재배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는 건축주 부부는 추운 땅에서도 잘 자라고 군락을 이루어 동고동락하는 자작나무의 정서를 건축에 담고자 했다. 깊은 산자락이지만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자리와 차를 마련하는, 부부만을 위한 독립적 외딴곳이 아닌, 사람이 이웃하는 작은 마을의 집이고 싶어 했다.
벽과 지붕이 합쳐진 이등변삼각형
망미리에 건축을 맡은 투닷건축사사무소 조병규, 모승민 건축가는 부부 건축주의 소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나무 건축을 그려나갔다. 목재의 형태와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삼각형이 선명한 기하학적 구조를 지향했다. 기하학은 완결적이면서 동시에 단순한 형태이다. 완결적 형태의 이등변 삼각형은 놓아지는 각도에 따라서 벽과 지붕이 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선 경랑 목구조 구조재 SPF의 일반 치수인 6.1m를 60°로 기울어진 각도로 설치해 목재 잉여 없이 사용 가능한 층고 - 대략 1~2개 층 -를 확보했다. 벽과 지붕의 경계가 모호한 이등변삼각형 형태로 목구조 공사의 공정을 최소화했다. 규격화된 스터드는 지상에서 조립된 후 간격에 맞추어 배열만 시키면 되는 단순한 공법으로 효율적인 시공이 가능하다. 가파른 형태의 경사지붕은 기능적으로 방수에 최적화했고, 건물의 전체를 유리로 감싸도록 해 목재의 변형이나 탈색을 방지했다.
나무는 따뜻한 질감을 전하는 최적의 건축 소재로 여기고 있던 설계팀은 내·외벽과 지붕구조, 바닥 및 계단에 목재를 적용했다. 마감 및 구조재로 사용된 나무는 자작나무, 가문비나무, 소나무, 삼나무, 참나무 등 총 5개의 수종을 선택했다. 구조목으로 사용된 전나무, 가문비나무 수종은 단단하면서 가벼워 작업이 용이하고 또한 비교적 명도가 높은 황갈색 무늬여서 외모가 수려하다.
스터드는 400mm의 간격을 두고 설치했다. 촘촘하게 설치된 목재 스터드는 건축의 구조재이면서 동시에 루버나 간살의 형태를 띠고 있어 디자인의 효율성을 높였다. 내벽은 밝은 미색의 미송합판 유절을 사용하여 경제성과 함께 구조목의 질감과 색감에 있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외벽은 수형이 곧은 자작나무 군락을 패턴화해 일목요연하게 설치하고 수직성이 잘 드러나도록 은회색의 스틸을 삽입했다. 벽에 사용된 또 다른 재료는 습기에 강하고 함수율이 낮은 삼나무를 사용했다. 목재의 내구성을 위해 규화제를 도포하여 은회색으로 마감했다. 이는 목재가 자외선에 의한 색의 균열과 증발을 사전에 차단하는 매우 각별한 조치로 평가받았다.
나무와 숲과 조우하는 투명한 공간
망미농장은 경사를 따라서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올라가는 대지 위에 시퀀스가 다른 건축으로 자리매김 했다. 전면부는 자작나무의 수피와 같은 은회색의 시선으로 건축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길의 중턱에 이르면 전면 매스와 지형에 가려졌던 자작나무와 오두막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작은 규모로 얼기설기 군락을 이루며 숲의 일원이 되어 주변의 녹음과 자연스런 관계를 맺고 있다.
실내는 투명한 창의 옷을 입은 건물답게 내·외부가 하나가 되어 미지의 세계와 직결하고 있다. 창을 통해 다가오는 자연과 하늘 풍경이 일체를 이루어 건축 전체 프레임과 접점하는 순간은 망미농장 건축의 의미와 쓰임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했다. 작은 정원과 같은 실내 마당에서는 맑은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을, 외부에서는 농장에서 키우는 농작물과 숲의 정서와 접촉하는 유유자적한 시간을 선사한다.
이터골 오르막길 한켠에 위치한 망미농장은 주변의 산세와 어우러져 존재감을 선사하고 있다. 산허리의 선을 따라 흐르는 건축의 모습은 자연 풍경을 차용한 공학적 미학 건축이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일심동체로, 망미농장이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가운데 삶 또한 이 땅에서 그렇게 늙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대표 조병규·모승민)
시공 : KSPNC
사진: 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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