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독일 라인강에 말뚝을 박는다. 2.9미터나 되는 나무 말뚝을. 2년 후 다시 말뚝을 찾은 남자는 지친 사람처럼 기울어진 말뚝을 뽑는다. 다시 한국에 온 남자는 강변을 따라 말뚝을 박는다. 이 남자, 왜 자꾸만 말뚝을 박는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그가 말뚝을 박은 곳을 되짚어 보자. 남자가 처음 말뚝을 박은 뒤셀도르프.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참고한다며 다녀갔던 곳이다. 이어서 말뚝을 박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곳이다. 그리고 말뚝. 예부터 대지 위에 인간의 영역을 표시하던 표지였다.
그의 말뚝은 강을 파헤치고 물줄기를 뒤튼 사람들을 향한 시위일까. 그런데 이 남자, 4대강에 박았던 말뚝을 뽑아 테이블을 만들었다고 한다. 테이블은 서로 마주보고 협상하는 곳이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다.
나현 |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순수미술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로렐라이의 노래’(2010~2012), ‘나현 보고서-민족에 관하여 프로젝트’ (2009~2011)와 ‘물 위에 그림 그리기’(2008)가 있다.
[ⓒ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