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목조주택
먼 옛날 빙하가 만든 골짜기에 북해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한 좁고 긴 만, 피오르드(fjord)는 인생에 한번쯤 노르웨이 서부를 방문해 보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그중 서남부의 항구도시 스타방게르. 이곳에는 'Byfjorden 피오르'라는 절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동네가 있다.
건축 환경은 천혜의 자연조건이다. 웬만해선 무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1969년엔 그 의미를 좀 더 겸손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노스페이스 하우스의 초기 건물은 최상층의 북쪽 벽이 막혀 있었다. 따라서 피오르를 감상하려면 사람들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더 낮은 전망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2010년에 건축주가 주택 리모델링을 결심하게 된 건 사실 그 때문은 아니었지만(방 크기나 공간 배치를 현재의 생활양식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등한시되었던 주변 환경의 장점이 담당 건축사의 도전정신에 불을 당겼으리라 익히 짐작해볼 수 있다.
프로젝트 명인 노스페이스(North Face)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건축주와 건축가는 이 주택의 핵심이 북쪽 조망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살리고자 했다. 그래서 3층 건물의 아래 두 층은 기존 건물을 개보수하는 수준에서 그쳤지만, 최상층은 더 가볍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아예 재건축했다. 우선 캔틸레버(cantilever) 구조를 이용해 3층을 밑층에 비해 3m가량 북쪽으로 더 빼내어 더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덕분에 자연광이 실내로 더 많이 들어오게 되었고, 남쪽에 북풍을 피할 수 있는 넓은 선 데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데크를 포함한 외장은 천연강화목재인 케보니(Kebony)사의 소나무로 마감했다.
절벽이라는 지형적 특징 때문에 이 집은 특이하게도 최상층인 3층으로 출입한다(1층과 2층으로 가려면 내부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현관을 통해 야심차게 새로 지은 3층으로 들어서면 거실 겸 다이닝룸이 나오는데 구획되지 않은 채 시원스레 트여있다. 덕분에 거실 어디에서든 북쪽 벽 전면에 설치된 통유리 너머로 피오르의 파노라마적 풍경이 펼쳐진다. 이처럼 조망이 극적으로 강화되었다는 점이 리모델링 이전과 비교하면 가장 두드러진 변화다. 풍경과 어우러지도록, 내부 인테리어는 밝은 색조의 목재를 써서 경쾌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스웨덴 디네센(Dinesen)사의 더글라스 광폭마루를 바닥재로 써서 공간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움이 덧입혀졌다. 마흔살 먹은 낡은 집은 기존 형태를 토대로, 지형적 특징과 주변 환경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려 21세기의 노스페이스 하우스로 거듭났다. 지난 반세기처럼 앞으로도 피오르의 곁에서 좋은 벗이 될 나무집이다.
사진 Element Arkitekter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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