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기능하는 학교 시설
이 학교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설임에는 분명하지만 음악연극대학교는 이 외에도 두 개의 공연장과 연습실, 행정 사무실과 강의실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복합성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1960년대에 지어져 이전까지 부분적으로만 사용되던 ‘못난이’ 건물을 한 개의 건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못난이 건물은 새로운 내부 가로(街路)로 통합되면서 최신 건물로 가장할 수 있었다.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건물 전체가 워낙 가로로 길고 좁은 데다, 복잡한 도로와 역사적 건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부트 공원 사이에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장점으로 역이용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도로와 공원 가까이에 있어 접근성이 용이했다. 이를 최대로 활용한 건축사 BFLS는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각각의 건물이 제 용도에 맞게 독립적으로 활용되면서도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돛단배 같은 지붕이 학교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 시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콘서트홀은 전체 건물의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건물의 입구로 통하는 동선과 겹칠 일 없이 입장할 수 있다. 아트리움(사방이 유리로 된, 건물 중앙에 위치한 공간) 형태의 복도는 만남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공원의 경치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이와 같은 장점 덕분에 콘서트홀 옆에 있는 공연장까지 덩달아 주목 받게 되었고, 이곳에서 종종 깜짝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적삼목과 자작나무의 만남
이 콘서트홀은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무대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관객을 보고 있노라면 3차원 콜라주라고 할 수 있는 아상블라주(assemblage)를 감상하고 있는 듯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원뿔대 모양의 외관은 세로로 긴 목재로 마감, 재료로는 적삼목을 사용했다. 마감된 목재는 서로 다른 각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색이 바래는 정도의 차이를 어느 정도 감추기 위해서다. 건물 내로 들어와 있는 목재는 바깥 날씨 및 햇빛과 철저히 차단돼 변색을 방지할 수 있지만 외부로 노출된 목재는 외부의 영향을 받아 은빛 회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BFLS는 자신들이 한 일에 꽤 만족해하고 있다. 건물마다 다양한 외관을 하고 있어 심심하지 않고, 또 그 모습이 꽤 조화롭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와 외부가 모두 목재로 된 콘서트홀은 건물 전체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점을 높이 사, 2012 우드 어워즈 최고 건축물로 선정하였다.
건축가 일동은 콘서트홀의 입구가 최대한 극적으로 보일 수 있게 설계했다. 관객들은 아트리움을 지나 홀로 들어가기 직전, 정적인 분위기의 검은색 로비를 지나가게 된다. 암흑의 로비는 관객들로 하여금 목재의 풍부한 질감이 살아있는 홀로 향하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홀 내부는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했는데, 마치 주름이 진 것 같은 질감을 표현해 현대적이면서도 그 옛날 15세기경, 극장 내부 장식으로 사용한 리넨폴드(리넨의 주름을 표현한 패널)를 연상케 한다. 모든 이 그렇듯이 인테리어의 모든 디테일은 건축 음향을 고려해 디자인되었다.(건물 내 최적의 음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건축 및 디자인의 감각적인 요소가 필수이다-역자 주). 하지만 건축적인 아름다움과 조각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놓치지 않았다.
최적화된 음향 환경을 위한 인테리어
메인 객석 위에는 발코니 형태의 객석이 또 있는데, 항상 이용되지는 않는다. 인기 공연이 있을 때만 문을 열어 더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일반 공연의 경우 발코니 객석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공연장이 텅텅 빈 듯한 느낌을 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연하는 이나 메인 객석에 있는 관객이 발코니 객석을 볼 수 없도록 특별히 디자인했다.
관객석과 무대까지 이어지는 시선은 완벽하게 설정되어 있다. 음악연극대학교의 총장인 힐러리 볼딩은 건축사를 선택하는데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큰 공을 세웠다. 그녀는 어떤 객석에서든지 무대가 잘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설계에까지 반영시켰다.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그녀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완공된 콘서트홀에 큰 만족감을 표하며 기존의 잘 지어진 콘서트홀보다 훨씬 낫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평행사변형의 네 각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형태가 바로 홀의 모습이다. 인테리어 디테일은 내부 벽이 소리를 다각도로 반사하고 흡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원래 모든 콘서트홀의 벽은 사각의 평평한 형태이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공연 중 발생하는 소리가 벽을 맞고 그대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BFLS는 조각을 하듯 벽면에 규칙적인 음각과 양각을 더했고, 무대를 둘러싼 벽을 곡선으로 처리했다. 특히 곡선이 도드라지는 모서리에서는 목재 전문회사인 Cowley Timberwork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좋은 음악을 위한 좋은 공연장
좋은 콘서트홀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홀 내부의 조각 같은 벽은 발코니 객석 가장자리에 소리의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 울림은 기하학적인 형태의 천장으로 전달돼 다시 공연장 전체로 퍼지게 된다. 천장 디자인 또한 건축음향을 고려한 것으로, 그야말로 역작이라 할 수 있다. 보기에는 자작나무 합판처럼 보이지만 사실 석고에 금색을 칠한 것이다. 재료가 석고라고 해서 음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조명을 받으면 목재인지 석고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관객이 천장을 만져볼 일도 없으니, 이 정도면 건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센스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콘서트홀을 설계한 건축가가 이렇게 썼다. “이 콘서트홀은 음악가가 자신의 공연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다.” 현재로써는 옳은 말인 듯하다.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시각적 요소는 다소 배제된 감이 있으나, 좋은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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